산업 생활

[심희정 기자의 'All that 럭셔리']명품이 미술관에 간 이유는

까르띠에·에르메스 등 미술전 열고 유명 작가와 콜라보

제품만으로는 고객 만족 불가능해 환상과 후광 심어줘

“신생 브랜드와 차별화” … 예술 팔며 ‘슈퍼 럭셔리’로 도약












쉐리 삼바(Cheri Samba) ‘나는 색을 사랑한다’/사진제공=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쉐리 삼바(Cheri Samba) ‘나는 색을 사랑한다’/사진제공=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이불(Lee bul)의 ‘천지’를 찍은 사진./사진제공=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불(Lee bul)의 ‘천지’를 찍은 사진./사진제공=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 까르띠에는 지난 달부터 오는 8월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미술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회인 ‘하이라이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론 뮤익, 데이비드 린치, 레이몽 드파르동, 알렉산드로 멘디니 등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은 물론 박찬욱·박찬경 형제의 작품을 비롯해 이불, 선우훈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과 소품도 포함됐다. 에르베 샹데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관장은 “까르띠에가 소장 및 전시를 통해 예술가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명품들이 ‘제품’이 아닌 ‘예술’을 팔며 ‘슈퍼 럭셔리’ 모드로 갈아타고 있다. 프리미엄과 저가의 양극화 시대에 프리미엄이 범람하면서 오랜 전통을 가진 럭셔리 브랜드들이 더 이상 디자인이나 제품력으로는 차별화가 힘들다고 판단한 것. 예술을 통해 고객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환상과 후광을 심어줘야 ‘지속가능한 럭셔리’를 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명품과 예술의 결합은 까르띠에만이 아니다.


에르메스는 요즘 가장 핫 한 세계적 설치작가 양혜규의 신작 ‘솔 르윗 뒤집기’ 연작을 새 단장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에서 선보이며 에르메스의 예술적 감성을 과시했다. 양 작가의 이미지와 시너지를 통해 트렌드에 민감하면서 아트에 조예가 깊은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바를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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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도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루이비통’ 전시회를 오는 8일부터 8월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연다. 1854년 루이비통의 창립 초기부터 현재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160여 년을 이어온 여정을 조명하는 전시회다. 전시 기획은 패션 전시의 대가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이야르가 맡았고 전시실 내부 디자인은 무대 세트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로버트 칼슨이 담당했다. 이번 브랜드 유산은 총 10가지 테마로 루이비통의 대표적인 앤티크 트렁크를 시작으로 주최국인 한국을 주제로 한 특별 세션도 준비했다.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루이 비통 전시 전경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루이 비통 전시 전경


루이까또즈는 최근 논현동 플랫폼 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프랑스&한국 쥬얼리 아트전-봄날의 신기루’를 선보이는 등 예술과의 접점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공예 작가들이 섬유, 아크릴, 금속, 크리스탈, 목공 등을 소재로 만든 작품을 담았다. 이 아트전을 시작으로 루이까또즈는 프랑스 공예 예술가 협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공예 전시를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같은 명품들의 행보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예술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생존할 수 있게 되어서다. 명품들은 기존에 소유한 아트재단을 지렛대로 최근 잘 나가는 작가와의 연대를 통해 젊지만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덧입히고 있는 것. 더 나아가 현지 작가와도 교류하면서 대중들과 만나 진짜 명품은 일상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명품이 아트로 포지셔닝 하는 것은 프리미엄을 모방하는 신생 브랜드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예술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예술재단과 역사적 정통성을 가진 브랜드만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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