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상대가치 평가모형인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을 이용하는 방식이 있고 절대가치 평가모형인 배당평가모형(DDM)·잉여현금흐름모형(FCF)·잔여이익모형(RIM)이 있으며 혼재돼 있는 부문별가치합산(SOTP) 방식 등을 주로 꼽을 수 있다. 업종이나 기업의 특징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선호도나 목적에 따라 다른 기준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방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하기는 어렵다.
얼마 전 외국계 운용사 펀드매니저와 미팅이 있어서 한국 주식시장 및 개별기업의 가치에 대해 얘기해볼 기회가 있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오갔는데 일단 코스피라는 한국 증시 전체로 시작했다. 지난해 코스피 순이익 합계가 95조원, 올해가 135조원 넘게 예상되니 순이익 증가율이 40%에 달하는데 코스피의 PER 밸류에이션은 10배가 채 안 돼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신흥국 평균 PER가 14~15배에 달하는데 기업 이익이 한 단계 레벨업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주주 환원책이 개선되면 한국 시장만 계속 저평가 받을 이유는 없다.
개별기업 얘기로 자연스레 넘어갔다. 삼성전자(005930)의 시가총액은 300조원인데 순현금이 70조원, 자사주가 45조원, 계열사 지분 및 기타 유가증권이 12조원으로 이를 시가총액에서 차감한 약 170조원이 삼성전자의 영업가치라면 너무 싸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약 5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현대차(005380)의 시가총액은 35조원인데 순현금이 13조원, 자사주가 2조원, 계열사 지분 및 기타 유가증권이 10조원으로 이를 시가총액에서 차감한 10조원이 현대차의 영업가치라면 이것도 저렴하다. 올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약 5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GS홈쇼핑(028150)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인데 순현금이 7,000억원, 자사주가 1,000억원, 기타유가증권 1,000억원으로 이를 시가총액에서 차감한 6,000억원이 GS홈쇼핑의 영업가치라면 너무 싸다. 올해 GS홈쇼핑의 영업이익은 약 1,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현금과 여러 자산들을 기업 가치에 그대로 인정해줘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동안 무수익 자산들이 주주들에게 배당을 주거나 자사주가 소각이 된다거나 수익이 나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하게 되면 기업 가치 증대에 분명 도움이 된다. 30대 그룹 상장사의 유보금이 700조원에 육박하는데 이 유보금의 활용방법에 따라 개별기업 가치는 물론 코스피 시장 전체의 가치도 크게 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