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CEO&Story] 한종현 "시장 없으면 만들면 된다" 승부사 기질...영업사원서 지주사 대표로

한종현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모두 잘 모르면 개척하는 사람이 임자"

캄보디아 현지 대학생·엘리트층 공략

해외 사업부 매출 5배 이상 끌어올려

모두 꺼리던 의료기기 신사업 자원도

"사업은 9,999발 실패후 1발 성공한것

문제 생겨도 신념 갖고 정면 돌파해야"

한종현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이 서울 동대문구 본사에 마련된 진열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계열사 동아제약의 히트 상품인 ‘가그린’과 ‘박카스’가 눈에 띈다. /송은석기자한종현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이 서울 동대문구 본사에 마련된 진열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계열사 동아제약의 히트 상품인 ‘가그린’과 ‘박카스’가 눈에 띈다. /송은석기자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한 청소부는 이른 새벽에 나와 밤늦게까지 일하며 유독 열심이었다. 하루는 NASA 연구원이 그에게 물었다.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열심히 일합니까?” 곧 그 청소부가 답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합류해 일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깨끗해야 연구원들도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을 테니까요.”


12일 서울 동대문구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한종현(50·사진)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고수해온 삶의 태도를 NASA 청소부 이야기에 빗대며 운을 뗐다. 한 대표는 “사람들은 본인에게 주어진 일이 핵심 업무가 아니면 일 자체를 보지 않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하기 싫어한다”며 “하지만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에 NASA 청소부처럼 매 순간 내게 맡겨진 일에 책임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살아온 길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생각이 지금의 한 대표를 만들었다. 한 대표는 지난 2000년 동아제약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사장이 되기까지 그가 지나온 삶의 궤적은 흔히 생각하는 승승장구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의 말마따나 날마다 사냥에 최선을 다하는 ‘들개’처럼 순간을 살아냈다.

2007년 동아제약의 해외사업부 매출은 229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도 채 되지 않았다. 당시 해외사업부 차장이었던 한 대표가 개척해야 하는 시장은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였다. 상품을 팔기는 팔아야겠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다 보니 막막했다.

한 대표는 시장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일념으로 뛰어다녔다. 1년 중 300일은 러시아·중국·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지냈다. 그는 “시장이 없다는 위기는 뒤집어 생각하면 기회였다”며 “모두가 잘 모르는 상황인 만큼 발 빠르게 먼저 개척하는 사람이 임자”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개척 전략은 ‘캄보디아 박카스’를 탄생시켰다. 캄보디아 시장을 열기 위해 새로운 것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는 현지 대학생들과 젊은 엘리트층을 공략한 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국내 순천향대와 캄보디아 대학을 연결해 박카스 스칼러십을 만들어 장학금을 제공하고 프로모션 행사도 꾸준히 열었다. 이제는 박카스를 모르는 캄보디아 대학생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캄보디아에서 박카스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500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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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의 해외사업부 매출을 1,700억원까지 끌어올리며 인정받은 후에도 한 대표는 안주하지 않았다.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엠아이텍을 인수했지만 해당 계열사를 맡길 책임자를 찾기 어려웠다. 신사업이라는 리스크 때문이었다.

한 대표는 직원 5명과 함께 2013년 엠아이텍을 자원했다. 주변에서는 그의 결정을 보며 편한 길 놓아두고 어려운 길로 들어간다며 수군댔다. 그는 “다시 한 번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기회였다”며 “어차피 실패 아니면 성공, 둘 중 하나인데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열정은 배신하지 않았고 90억원대였던 매출은 그가 맡은 지 3년 만에 2배로 뛰어 180억원이 됐다.

동아쏘시오홀딩스 한종현 사장./송은석기자동아쏘시오홀딩스 한종현 사장./송은석기자


사람들이 사업 비결을 물을 때면 한 대표는 9,999발 실패하고 1발 성공한 것이라고 답한다. 외부에서는 성공한 사례 하나만을 보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는 “어떤 일을 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는 단 하나도 없다”며 “다만 문제가 생겨도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본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주의”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대표로 있을 때와 지주사 대표인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한 대표는 “계열사 대표로 있을 때는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기획하고 뛰어다닐 수 있었다”며 “속도가 생명이라고 생각해 앞만 보고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전체 계열사를 아우르는 장기적인 조직의 방향이나 비전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숲을 보지만 나무들이 매일 몇㎝ 성장해가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대한 계열사에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그의 방침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계열사 일에 하나하나 신경 쓰기 시작하면 간섭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수장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한 대표에게는 인생에서 꼭 성공해내고 싶은 마지막 도전이다. 그는 17년간 몸담아온 조직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 남은 열정을 오롯이 던졌다. 산업과 사회 구조가 급변하면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이지만 그는 연구개발(R&D) 투자로 돌파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 대표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부담할 계층은 계속 줄어들고 노인들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곧바로 약값 인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제약산업 환경은 점점 나빠지는 추세”라면서도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약이나 의료기기 등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R&D에 더욱 매진함으로써 다양한 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해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제약 부문뿐만 아니라 물류와 기계부품 등 계열사의 성장도 함께 도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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