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오랜 우방국가인 파나마가 13일 대만과 단교를 선언했다. 지난해 5월 차이잉원 대만 정부 출범 이후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갈등을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 외교의 버팀목인 남미대륙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대만의 외교 입지가 갈수록 옹색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중국에서 추진 중인 바티칸과의 국교수립이 성사될 경우 가톨릭 국가인 남미국가들의 대만 단교 도미노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대만의 중남미 우방이었던 파나마가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했다고 밝혔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도 이날 중국과의 수교를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대만과 공식 수교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가 20개로 줄었다.
중국 외교부는 “파나마 정부는 세상에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파나마는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앞으로 어떠한 공식적인 관계나 교류도 맺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수교 시작 이후 무역·투자·문화·교육·관광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파나마와 중국의 수교로 대만은 외교적인 치명타를 입게 됐다. 파나마는 대만이 중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던 1912년 중화민국 시절부터 수교해 107년간 공식관계를 유지해온 오랜 우방국이다. 지난해 6월 차이 총통도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파나마를 택할 정도는 친밀함을 과시해왔다.
반면 중국은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파나마와 외교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이어 파나마운하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로 파나마와 경제협력을 이어왔다.
믿었던 파나마로부터 강펀치를 맞은 대만은 당장 중남미에서 파나마 단교 후폭풍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대만의 20개 수교국 중 절반이 넘는 11개국이 중남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파나마와의 단교가 니카라과·파라과이·도미니카공화국 등 인근 중남미 국가와의 수교 관계를 흔들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무성해진 중국과 바티칸의 국교 수립설이 현실화하면 가톨릭 국가가 몰려 있는 남미에서 수교국들의 이탈이 급속히 번질 수 있다. 바티칸은 유럽에서 유일한 대만의 수교국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이 대만 수교국들에 외교 공세를 가하는 것은 대만 독립을 강조하는 차이 총통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친중 정책을 표방한 국민당의 마잉주 정권에서는 중국의 대만 압박 공세가 거의 없었지만 지난해 민진당의 차이 정권이 출범하면서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외교전쟁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아프리카의 섬나라 상투메프린시페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맺은 바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