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투자에 재미를 붙인 직장인 김성호(35)씨는 최근 주식토론방에서 이상한 게시글을 발견했다. 종목 정보를 알려주는 듯 보이는 글에는 휴대폰 번호까지 친절하게 써놓고 ‘삼바’라는 문자를 보내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보를 주겠다고 유혹했다. 잠시 고민을 하고 다시 들어간 게시판에는 글은 이미 사라졌다. 며칠 뒤 다시 올라온 휴대폰 번호에 문자를 보낸 김씨의 휴대폰에는 기다리던 정보 대신 스팸문자가 쏟아졌다.
주식시장에도 ‘떴다방’이 활개를 치고 있다. 시장이 강세를 보이며 인터넷 주식토론방 등에 잠깐 정보를 흘리고 사라지며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세력들이다.
최근 포털 사이트의 주식 종목 토론방에는 ‘투자 특보 자료를 나눠주겠다’는 게시글을 올려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허위·과장성 정보를 대량 유포해 주식 매수를 유인하는 ‘문자메시지 피싱’의 변종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관련 사례를 조사하는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본지 5월20일자 12면, 5월25일자 21면 참고
지난 12일 오전 네이버의 한 A 제약주 종목 토론방에 ‘t***’이라는 아이디의 작성자가 ‘오늘 뜬 특보자료’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은 ‘받은 자료인데 장에 영향이 클 것 같아 허락받고 2차 배포한다, 기가 찰 만한 내용’이라며 휴대폰 번호를 남겨놨다. 이 번호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자료’를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글은 게재된 지 불과 2분 만에 삭제됐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B 제약주 토론방에는 ‘h***’이라는 작성자가 역시 ‘특보를 주겠다’며 종목 이름과 제목만 바꾼 채 ‘특보 게시글’을 올렸다. A 종목 게시글과 휴대폰 번호가 동일했으며 이 글 역시 1분 뒤 지워졌다.
한 IT 종목의 토론방, 이번에는 작성자 ‘a***’이 ‘보고나니 속이 뻥 뚫리는 자료’라고 역시 연락을 유인하는 글을 게재했다. A·B와는 다른 휴대폰 번호였다. 이 글은 ‘정보가 곧 돈이다. 믿든 안 믿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라며 답장을 부추겼다. 이런 게시글은 며칠 간격으로 하루에 몇 차례씩 올라왔다 삭제되는 형태가 반복됐다.
휴대폰으로 허위정보를 보내던 주식 피싱이 한 단계 진화했다고 증권사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휴대폰으로 답장 문자를 보내는 순간 사설 주식 커뮤니티에 가입을 권유하는 광고가 휴대폰으로 되돌아오는 정도는 그나마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사설 주식 커뮤니티에 의도하지 않게 가입돼 허위 정보를 받고 주식 매매에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세력들은 다수의 연락처를 ‘수집’해 거래를 하거나 보이스 피싱 등 범죄에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B씨는 “시장이 강세를 보이며 개인투자자들이 움직이자 허위정보가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며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대가로 돈을 요구하거나 일부 종목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천에 이은 추격매수 권유는 한 번쯤 주식피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 허위정보를 매개로 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주식 토론방에 허위정보 글을 올린 곳이 많아 신고하고 싶다’며 한 네티즌이 파악한 전화번호만 24개나 됐다. 관련 사례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대량 문자 피싱으로 인한 투자자 신고가 속출하자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불공정거래 포착시 연계계좌를 관계 당국에 통보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불특정세력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중 문자에 이어 주식 게시판 등을 이용하고 있다. 부자아빠·리치클럽·섀도투자단 등의 업체명으로 활동하는 데 이어 신뢰를 높이기 위해 대포폰 번호까지 이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시장 교란 행위, 불공정거래 등으로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주식 떴다방의 ‘치고 빠지기’ 수법을 따라가기에는 금융당국의 대응이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