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원전 문제, 판결로 푸는 日 사례 주목

김성수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김성수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원전 폐기 공약의 실천 의지와 실현 가능성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원전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지만 단기간의 원전 폐기 방침은 막대한 가정용 전기료 인상과 산업 경쟁력 악화라는 구조적·현실적인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스위스와 달리 한국의 신재생에너지와 대체 에너지 비율은 아직 6%에도 미치지 못한다.

제로 원전을 공언한 민주당 정부가 물러난 후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지난 2015년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자 지역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다카하마 3·4호기 및 센다이 1·2호기의 재가동에 대해 가동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방재판소들은 상반되는 판결을 내렸다. 후쿠이 지방재판소는 다카하마에 대해 가동 정지 가처분을 내렸지만 가고시마 지방재판소는 기각했다. 전자는 주민 생존권이 절대 중요함을 인정한 것이고 후자는 발전소 사고의 확률은 매우 낮으며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의 새 기준이 그리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봤다.


2015년 12월 가동 정지 가처분이 취소돼 다카하마 3·4호기가 가동을 시작하자 주민들은 오쓰 지방재판소에 소송을 냈는데 운전을 중지하라는 가처분 명령이 내려졌다. 쓰나미 대응책과 주민 소개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 판결요지였고 가동하고 있는 원전에 대해 운전 정지 명령이 내려진 첫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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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월28일 오쓰 지방법원의 운전 정지 명령을 상급심인 오사카 고등재판소가 뒤집어버렸다. 간사이전력의 주장, 즉 원자로들이 “신규제기준에 맞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졌고 원고 측이 제기한 안전 결여 위험에 대한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결한 것이다. 항소심에서 간사이전력 측은 “(지방재판소의 판단이) 과학적·전문적 지식에 기초한 객관적인 판단이 아니다”라며 1,000쪽에 달하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신규제기준 자료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신규제기준은 큰 흔들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상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역주민의 불안감보다 과학적 견해와 전문적 지식을 중시한 고등재판소의 판결은 향후 원전 관련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들은 “법원만이 원자로 재가동을 추진할 정치적 흐름을 멈출 수 있다. 법원이 역할과 책임을 인식하는 데 실패했다”고 불만을 표했지만 과격한 행동은 지양하고 법적 다툼을 지속하겠다고 한다. 피해가 예상되는 다카하마원전 인근의 오사카와 교토 주민들이 2013년 원전 11기의 운전 정지를 청구하는 본 소송을 오쓰 지방법원에 냈는데 이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가동 중지를 주장하는 지역주민들과 안전에 대해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근거를 주장하는 원전 운영사 사이의 다툼에서 유권해석을 내리는 곳이 법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내놓은 규제기준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지와 개별 원자로의 지역적 여건 및 구체적 여건, 즉 주변의 활성단층대 존재 유무 등에 대해 앞으로 한국 법원들도 판결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적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원전 운영사와 정부는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더욱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도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대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에 대해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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