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이름에 ‘한국’이 들어가는 내셔널타이틀 대회까지 접수했다. 7년간 터지지 않던 우승이 한 달 반 사이 세 번이나 터졌다. 이제 국내 여자골프의 ‘대세’는 의심의 여지 없이 김지현(26·한화)이다.
김지현이 기아자동차 제31회 한국여자오픈에서 5언더파 283타로 2타 차 우승에 성공하며 상금 2억5,000만원과 5,000만원 상당의 기아차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손에 넣었다. 지난 4월30일 KG·이데일리 오픈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7년 만에 첫 승을 거두며 1억원을 얻은 김지현은 지난주 S-OIL 챔피언십 우승상금 1억4,000만원에다 이번주 상금과 부상까지 더해 한 달 반 새 5억4,000만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이 기간 다른 4개 대회의 상금액, 그리고 후원사가 주는 인센티브(우승상금의 50% 추정)까지 더하면 김지현이 터뜨린 ‘잭팟’의 규모는 8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은 18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6,835야드)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를 쳤다. 하루 전만 해도 단독 선두 이정은(21·토니모리)에게 3타 뒤진 공동 3위였던 그는 마지막 날 역전승으로 올 시즌 가장 먼저 3승 고지를 밟았다. 지난주 S-OIL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최종일 역전승. 지난해까지 따라붙었던 ‘뒷심 부족’ 꼬리표를 보란 듯 떨쳐냈다. 김지현은 상금 1위(약 5억8,000만원)로도 올라서며 생애 첫 상금왕 가능성을 키웠다. 2개 대회 연속 우승은 지난해 8월 박성현(미국 진출) 이후 처음. 한 시즌 7승을 쓸어담으며 대세로 떠올랐던 박성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승부는 나흘간 버디를 7개밖에 허락하지 않은 악명 높은 13번홀(파4·362m)에서 세차게 요동쳤다. 김지현은 두 번째 샷을 해저드에 빠뜨렸지만 40m 거리의 네 번째 샷을 홀 한 뼘 거리에 붙여 보기로 선방했다. 반면 바로 뒤 조에서 1타 차로 추격하던 이정은은 김지현과 같은 상황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두 번째 샷이 해저드로 향한 데 이어 네 번째 샷마저 그린을 지나 해저드에 박힌 것이다. 여섯 번 만에 그린에 올라간 이정은은 트리플 보기 퍼트까지 놓쳐 쿼드러플 보기를 뒤집어썼다. 1~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달려 시즌 2승이 유력해 보였던 이정은은 한 홀에서 4타를 잃는 바람에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지난주 김지현과 5차 연장을 벌여 준우승했던 이정은은 1언더파 6위로 마쳤다.
앞서 4번홀(파4)에서 버디를 떨어뜨리면서 공동 선두로 올라선 김지현은 7번홀(파3) 칩인 버디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그는 13번홀 위기를 잘 넘긴 흐름을 타고 14번(파5), 15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챙기고는 3타 차로 달아나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예약했다. 1주일에 5일을 근력운동에 투자하고 약점이던 쇼트게임과 퍼트 연습에 매달렸던 지난겨울이 김지현을 바꿔놓았다. 경기 후 김지현은 “시즌 목표가 첫 승이었다. 연속 우승에 메이저까지 우승한 저를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며 “겸손한 자세로 더 노력할 것이고 1승은 꼭 더 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장하나(25·비씨카드)도 13번홀에서 해저드에 발목 잡혀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선두권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2오버파 10위. 미국 무대에서 뛰다 약 2주 전 돌아온 장하나는 복귀 후 3개 대회에서 두 차례 톱10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