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다. 우리는 석유, 가스, 기타 광물자원들을 얻거나 댐과 같은 큰 건축물들을 세우기 위해 땅을 판다. 컬럼비아대학에서 인공 지진을 연구하는 크리스찬 클로스에 따르면 그런 인간 활동 때문에 지난 160년간 발생한 규모 4.5 이상의 지진만 200건이 넘는다.
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지난 2008년 중국 쓰촨성의 지핑푸 댐에 의해 벌어진 지진이다. 지핑푸 댐에는 1조1,970억ℓ의 물이 저장돼 있었는데, 그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지진을 일으킨 주범이 됐다. 이 규모 7.9의 강진으로 약 8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클로스는 지핑푸 댐에 있는 3억2,000만톤 무게의 물이 지하 단층선을 찍어눌렀고, 그 순간 지진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응력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종잇장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휘어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예요. 그런 효과는 지구 지각의 구조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진은 댐 완공 불과 2년 후에 일어났고 그 진앙은 댐으로부터 불과 5㎞ 떨어진 곳이었다.
스위스 바젤시청은 지난 2006년 규모 3.4의 지진이 일어난 후 도시의 지열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지열을 얻으려면 수㎞ 깊이의 지각 밑 암반을 파들어가 그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바젤처럼 물이 귀한 곳의 엔지니어들은 수압파쇄법(hydraulic fracturing)으로 시추공을 파야하는 경우가 많다. 수평 드릴로 땅바닥을 뚫고 화학물질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각 구조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수압파쇄법은 미진을 일으킬 따름이다. 지진을 일으킨 진짜 주범은 시추 이후 암반 사이에 고여 안정성을 떨어뜨린 잔여 액체다. 현재까지 인간이 일으킨 지진 중 댐이 일으킨 것은 76건이지만 채굴작업으로 발생한 것은 그 두 배에 가까운 137건이다.
지난 1989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 직접적 원인은 석탄 채굴이었다. 수백만톤의 석탄을 채굴한 결과 단층선에 응력이 가해졌다. 그러나 채굴 작업 중 지하에서 뽑아낸 물이 지진의 더욱 큰 원인이 됐다.
클로스의 추산에 따르면 석탄 1톤을 캐낼 때마다 4.3톤의 지하수가 흘러나온다. 이는 갱도가 침수되지 않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물을 빼낸 결과 갱도를 둘러싼 지반의 안정성이 급격히 약화됐다.
클로스는 뉴캐슬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한 재산피해가 35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이 지진을 일으킨 광산이 200년 동안 뽑아낸 석탄의 가격 총액과 거의 비슷한 액수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