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기존 실손가입자 보험료 내린다]"지금도 적자인데 어떻게 하라고"...보험사 '부글'

금융당국, 실손보험료 인하 오늘 국정위 보고

손해율 회사별 최대 150% 육박

IFRS17 도입 앞두고 재정부담 큰데

보험산업 미래 대한 고려 전혀 없어

업계 "보여주기식 가격통제일뿐"



금융당국이 20일 예정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의 정책 간담회에서 손해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하를 공식 안건에 올리면서 보험료 인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 등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CT나 초음파 등의 고가 의료장비 진료가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되면서 보험사들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말까지 최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소비자 이익 환원 차원에서 민영 보험사에 실손보험료 인하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경우 의료 쇼핑이나 과잉 진료, 비급여진료 코드 표준화 작업 부진 등으로 손해율이 회사에 따라 최대 150%에 육박하는 등 적자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추정에 불과한 불분명한 과거 이익을 환산해 보험료를 내리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IFRS17(새 보험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보험산업의 미래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보여주기식 가격 통제를 시도한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집을 통해 민간 의료보험인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으로부터 받았던 반사이익만큼 보험료를 내리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때만 해도 현실성이 없다며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실손보험의 손해율과 문제점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보험업계의 주장을 납득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국정위와 간담회에서 “실손보험은 당초 설계할 때 건강보험 부족분을 민영 보험 차원에서 커버한다는 취지에서 설계됐다”며 “그동안 건강보험의 급여항목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보험료도 슬금슬금 인상됐던 만큼 이 부분은 충분히 반사이익으로 볼 수 있다”며 사실상 실손보험료 인하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어서 현실화 여부를 놓고 초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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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료 인하 논란은 2014년 국정감사 당시부터 제기됐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민간 보험사들의 반사이익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서민 생활비 절감을 주요 이슈로 다루는 새 정부 들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았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민간 의료보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자료를 근거로 2013년부터 올해 말까지 5년간 민영 보험사가 얻은 반사이익을 최대 1조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4대 중증 질환 및 3대 비급여 개선 등 건강보험이 급여로 처리하는 항목이 늘어난 만큼 실손보험이 부담해야 하는 급여 범위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높은 손해율을 강조하며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내리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발끈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료가 올라가서 가입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이유는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 탓이 더 큰데 막무가내로 보험료를 내리라는 주장”이라며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더 적자를 많이 보라는 요구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손해율이 가장 높았던 보험사는 한화손보로 149.7%에 달했고 손해율 관리를 가장 잘한 삼성화재조차 109.9%로 적자를 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적자를 감내하는 상황인데 정부가 실손보험료 인하를 압박하면서 보험업계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특히 민영 보험사의 이익구조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양상으로 번져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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