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용률 하락은 고착화하는 추세다. 청년은 일자리가 없다고,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일자리 희망포럼’의 부대행사로 강순희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전 중앙고용정보원장),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초청해 ‘낮은 고용률의 구조적 원인과 극복 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구조화된 일자리 문제가 한국 사회의 위기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구직자는 중소기업에 들어가서는 미래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꺼린다. 어렵게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 안정이다. 노조는 정규직 조합원의 이익을 중시하면서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여기서 격차는 커지고 다시 고용안정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이중구조를 더욱 악화시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정부가 일자리의 양과 질을 높이려는 의도는 좋지만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에는 한계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얼마나 효과를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뤄져야 한다.
△강순희 경기대 교수=에코 세대가 지난 2010년 이후 집중적으로 노동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서구는 중소기업 일자리라 해도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청년들이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추구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 해결을 위한 정부의 개입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주 실장=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원은 한정돼 있다. 지금 좋은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양보가 필요한데 가족 생계와 얽혀 있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혁 부산대 교수=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를 진정한 파트너로 생각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중소 협력업체를 대기업의 소모품처럼 여기는 경제 체제에서 고용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안 위원=정부 정책은 시장 실패가 있는지 잘 따져야 한다. 시장이 잘 작동하는 데 정부가 개입하면 자칫 정책 실패를 일으킬 수 있다.
-노동시장과 사회 양극화 극복이 왜 쉽지 않다고 보는가.
△권 교수=일시적인 필요 때문에 비정규직을 쓴다면 국가가 규제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비정규직의 필요성이 과장되고 남용되면서 열악한 환경에 처하는 상황이 급속도로 퍼진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고용 불안이 높은 일시적 고용으로 활용한다면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게 맞다.
△안 위원=일을 한 만큼 임금을 받는 게 공정한 것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는 것은 이와 달리 불공정이 만연하다는 걸 의미한다. 경제학에서는 그런 회사는 망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뿐 아니라 노조도 노동자의 더 큰 연대라는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의 단기와 중장기 극복 방안은.
△권 교수=수치 혹은 양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아야 한다. 노동은 인간의 존엄성을 되짚는 것으로 노동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필요하다. 따듯한 일자리, 인간다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지, 그 초석을 쌓아야 한다.
△안 위원=현 정부는 시간제 문제는 빼놓고 있다. 시간제 근로를 활성화하지 않는 것이 곧 전체 국민의 불행을 키우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여성과 고령자·청년 등 현실적으로 시간제약이 있는 사람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기업들이 시간제 근로에 대해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주 실장=결국 민간이 따라와야 한다. 정부는 지금의 균형을 옮겨야 한다는 것인데 새로운 균형이 정착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여기에 궁극적으로 산업을 성장시키고 일자리 양과 질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분명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강 교수=일자리 정책은 노사관계뿐 아니라 노·노 관계와 사·사 관계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서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이드를 제시하고 따라오라고 하는 것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비록 더딜지라도 각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