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외교안보대화에서 유엔이 제재하는 북측 기업과의 사업 금지 합의를 도출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데는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 관련 제3국 기관 제재)’으로 중국을 압박한 것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것으로 일단 절충점을 찾은 모습이지만 중국 측이 미국의 대북 압박 강화 요구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철회로 맞대응하며 갈등의 소지를 남겼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중국의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팡펑후이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첫 외교안보대화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발표했다.
대북 추가 제재에 중국이 미온적 태도에 보이자 독자 해법을 모색하던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에 대북제재 강화를 위해 북측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 10여곳의 명단을 전달하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핵에 돈줄 역할을 하는 중국 기업의 대북거래 차단에서 일부 진전을 이루자 중국과 직접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독자적인 중국 기업 제재나 세컨더리 보이콧 전면 시행은 거둬들였다. 대신 미국은 중국 측에 북핵 포기를 위한 압력을 강화해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북핵 위기가 커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북한 정권에 훨씬 더 큰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북한에 장기 억류됐다 혼수 상태로 송환돼 지난 19일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이 기자회견에서 거론되자 “웜비어의 사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하며 잔혹한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에 중국이 적극 나서야 함을 시사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에 미국 측과 같은 입장을 확인했지만 사드 배치 철회와 북한과의 조기 대화 재개를 강조하며 미 측에 맞불을 놨다. 중국은 ‘완벽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기존 원칙을 미국과 재확인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양국 고위급 대화에서 “미국의 한국 사드 배치 반대를 재천명하고 유관 프로세스를 중단하고 철수하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대화 재개를 미국 측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대화에서 미국이 한반도 내 군사력을 감축하는 대가로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동결하는 내용의 협상을 미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