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에 사는 박동석(61)씨는 최근 늦은 밤 주차를 하다 주차돼 있던 승용차를 살짝 들이받았다. 차 주인에게 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싸늘한 목소리로 “운전 좀 똑바로 하셔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차 주인과 주차장에서 직접 만나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박씨와 사고 피해자는 같은 동에 사는 주민으로 비슷한 나이의 손자를 둬 평소 엘리베이터 등에서 마주치면 가벼운 안부 인사를 나누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박씨는 “막상 마주치니 차 주인이 ‘별거 아니니 괜찮다’고 말해줘 마음이 놓였다”며 “고마운 마음에 최근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상추를 자주 갖다 주면서 보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 이웃 간 싸움으로 번질 수 있었던 사건이 훈훈하게 마무리된 것은 평소 인사하며 지내던 사이이기에 가능했다.
반면 평소에 인사도 하지 않으면서 서먹서먹하게 지내던 이웃끼리는 사소한 다툼 거리가 생겼을 때 쉽게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최태영(58)씨는 같은 동에 사는 이웃을 상대로 소송을 걸 예정이다. 수년째 반지하 빌라에 살고 있는 최씨는 “위층 주민들이 주차한 차에 햇볕이 가려 방이 너무 어둡다”며 “몇 년이 지나도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건일 YMCA 이웃분쟁조정센터 팀장은 “평소에 인사라도 하고 지내는 주민들끼리는 주차 문제 정도는 굳이 외부기관을 찾아와 조정을 요청하지 않는다”며 “모르는 사이일수록 감정이 격화돼 싸움을 벌이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