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던 올림픽에서 국민들의 마음에 울컥하는 감동을 줬던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펜싱 국가대표인 박상영 선수가 에페 결승전에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라고 혼잣말을 하던 모습일 것이다. 상대가 1점만 더 얻으면 금메달을 거머쥐는 상황이었지만 박상영 선수는 초조함 속에서도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는 주문을 외우며 힘을 낸 끝에 거짓말처럼 4점을 연속으로 따내고 판세를 뒤집었다. ‘할 수 있다’는 말이 가진 위력을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 모두가 새삼 실감하게 해준 장면이었다.
할 수 있다. 이 말은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에게도 평생을 이끌어준 마법의 주문이다. 누구나 아는 흔한 말이지만 지리산 남쪽 끝자락의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후 호남의 심장 광주로, 그리고 다시 서울로 오기까지 숱한 도전과 경쟁의 순간을 맞닥뜨리고 넘어야 했던 서 사장에게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과도 같은 것이었다.
서 사장은 “어릴 때부터 늘 이 말을 자신에게 스스로 해주면서 자신감을 키웠고 힘든 순간을 이겨냈다”며 “그 말속에 내재돼 있는 힘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회사 직원이자 인생 후배인 젊은 친구들에게도 많이 강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사장은 “은행보다 보험 쪽이 더 경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그래서 요즘은 직원들과 함께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할 수 있다’를 주문 외우듯이 한다”고 웃었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라는 좌우명은 은행 출신인 서 사장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로 단기간에 안착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서 사장은 올 초 취임 직후 ‘비보험 출신이 과연 농협생명이라는 큰 보험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라는 일각의 우려 섞인 반응을 불식시키기 위해 업무 종료 후 수험생처럼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면서 ‘보험 공부’에 몰입했다. 그 결과 취임한 지 6개월도 안 된 현재 직원들의 반응은 “사장님이 더 잘 아십니다”로 바뀌었다.
서 사장은 “보험업계는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더 어려운 과제가 많이 쏟아질 것”이라며 “직원들이 지레 겁먹기보다는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