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심상찮은 저유가]40달러 붕괴될 땐 최악의 시나리오…회복하던 수출에 찬물

국제 유가 연초 이후 20% 하락해 40달러선 붕괴 위기

저유가→수출감소→내수부진 이어질 땐 성장률 하락

세계 경제 회복세 견조, 수출 감소 우려 제한적 전망도



국제유가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유가는 연초 배럴당 55달러에서 20% 하락한 45달러 밑에서 움직이는 상황인데 40달러선 마저 붕괴되면 수출 가격 하락과 신흥국, 중동 산유국 경기 침체로 그나마 살아나고 있던 우리나라 수출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2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세계 3대 유종(두바이·WTI·브렌트)의 배럴당 평균 가격은 44달러선까지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45달러 선을 밑돈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유가 하락은 감산 합의를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일부가 되레 증산하고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 초 55달러 선을 넘나들던 상황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유가가 20%가량 급락한 셈이다. 이에 세계 금융시장은 유가를 ‘떨어지는 칼날’에 비유하며 40달러가 붕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거론하는 실정이다.


◇유가와 연동되는 수출…유가 급락으로 불안감 엄습=유가가 미끄러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 경제는 1·4분기 분기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해 2015년 3·4분기(1.3%) 이후 6분기 만에 1%대를 회복했다. 성장률 1%를 이끈 것은 수출이다. 1·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4%에 그쳤는데 수출은 2.1% 증가했다. 수출 증가로 설비투자(4.4%)도 대폭 늘었다. 부진한 내수를 수출이 메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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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매월 두자릿수로 뛰고 있는 우리 수출은 국제유가 상승이 전 세계 상품가격을 끌어올린 데 영향을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4월 우리 수출 증가율(16.8%) 중 60%(10.1%포인트)는 유가 상승 효과가 작용했다. 유가가 뛰면 석탄과 가스 등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중동 산유국과 신흥국 경기가 좋아진다. 이에 맞춰 동남아국가연합(ASEAN·5월·36%) 수출과 중남미(2.4%), 독립국가연합(CIS·34.6%) 수출도 나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유가가 급락하면 경제성장을 이끌던 수출마저 꺾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수출금액지수 증가율은 최근 들어 낮아지고 있다. 유가가 55달러 선으로 뛰었던 2월 우리 수출금액지수 증가율이 전년 대비 22%를 기록했지만 유가가 40달러대로 진입했던 5월에는 11%로 하락했다. 전체 수출의 6.2%를 차지하는 석유제품은 올 4월까지 수출액이 46.6% 뛰었는데 99%가 가격 상승 때문이었다. 석유화학(비중 8.2%)도 수출액 증가율(23%) 가운데 64%, 철강은 80%, 디스플레이도 96%가 가격 상승 덕이었다. 유가 하락이 주력품목의 수출액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유가가 내려가면 우리 경제 전체의 수입액이 하락해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를 늘린다. 흑자가 쌓이면 원화는 강세로 돌아서 수출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이번 유가 하락은 2015~2016년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 당시에는 수출이 부진했지만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소비진작 정책,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2016년 6월)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성장률을 어느 정도 지지했다. 하지만 현재는 민간소비 자체가 부진한 상황이고 한은은 미국의 금리 상승 기조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을 조율하고 있다. 수출이 감소하면 내수 부진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경제 회복세, 유가하락·수출둔화 제한적=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유가 하락이 2015~2016년과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는 유가 하락과 함께 최대 시장인 중국(25%)과 미국(15%) 수출이 동시에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분기마다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정도로 견조한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경제 역시 성장률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 수출이 올 들어 큰 폭으로 뛰고 미국 수출도 호전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올 들어 4월(-8.2%)을 제외하면 수출 물량은 증가하고 있어 가격 하락으로 수출경기가 급랭할 우려가 크지는 않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있어 원유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유가가 저점일 수 있다”며 “(전 세계) 소비심리도 나아지고 있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나빠질 우려는 작다”고 설명했다. 박진규 산업부 무역정책관도 “세계 경기 전망기관들이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고 감산 합의도 아직 공고해 유가 하락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빈난새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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