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DIE'SEL…"있는 일자리마저 없어질 판" 경유차 규제에 車업계 반발

유럽 연비측정방식보다 까다로워

3~4년 전 출시된 차량 판매 불가능

생산물량 줄면 일자리 감축 불보듯

관련 부품 제작 하청업체에도 불똥

예외 규정 두고 정책 속도 조절해야

0315A13 디젤자동차


정부가 디젤(경유)차에 대해 대폭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 도입을 서두르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영업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환경부가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보다 우선으로 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커녕 기존에 있던 일자리마저 없앨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비현실적 정책에 있는 일자리도 없앨 판=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경·소·중형 승용 디젤차에 대해 강화된 배출가스 측정방식을 핵심으로 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가 개발한 ‘국제표준 소형차 배출가스 시험방식(WLTP)’을 도입하는 것으로 과거 유럽 연비측정방식인 실험실 측정(NEDC)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한다.


문제는 최근에 개발된 신차는 올해 9월부터, 기존에 판매 중인 차는 내년 9월부터 새 배출가스 기준을 맞춰야 하는 점이다. 최근 출시된 국내 신차는 새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3~4년 전 개발돼 판매 중인 디젤 차량은 해당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차량을 다시 설계 개발해야 한다. 현대·기아차처럼 자체 부품 제작이 가능한 업체는 큰 상관이 없지만 배출가스 관련 장치 대부분을 해외 부품업체로부터 사와 차량을 개발하는 쌍용차나 르노삼성차는 기존에 팔던 차량 일부를 내년 9월부터 판매 중단할 처지다. 질소산화물 후처리 장치(SCR)를 추가로 장착하는 등 엔진룸 설계를 다시 하고 독일 주요 부품사로부터 관련 부품을 수급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이를 위해서는 거의 신차 개발 수준인 3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나 ‘코란도C(수동)’, 르노삼성차의 ‘QM6’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국내 판매량이 30% 이상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각각 평택과 부산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판매량이 단기간에 급감하면 자연스레 생산물량을 조정하고 정상 경영을 위해서는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가 2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제작되는 만큼 중소 규모 관련 부품사들도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예외 규정을 두고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대강 사업 원죄? 환경부의 ‘새 정부 코드 맞추기’ 지적도=국제 관례상 규제 변경 때 통상 업체 측에 2~3년의 대응기간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시행 시점에 대한 논의가 지난해 12월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환경부가 지난해 7월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실주행 배기가스 측정(RDE-LDV) 시행 법규를 공포해 업체들은 관련 기술 개발에 많은 연구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고 있었다. 여기에 RDE-LDV 시행보다도 1년을 앞서 WLTP를 추가로 도입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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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TP 도입에 있어 미국은 아예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도 유럽의 도입 일정과는 별개로 자국 도입을 3년 늦출 계획이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후 제도 도입을 주력하는 유럽도 기존 NEDC 방식으로 오는 2018년 6월까지 인증받은 차량은 전체 물량의 10% 내에서 정부 승인시 2019년 9월까지 판매 가능하다. 한국보다 유예기간이 1년 가까이 긴 셈이다.

환경부가 관련 제도 도입을 서두르는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1위 자동차 업체인 현대·기아차가 반대하지 않고 있는 점도 부담이 덜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임 환경부 장관이 취임하기 전 디젤차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제도 도입을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 WLTP 제도 도입이 국제적 추세에 발맞춘 것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관련 제도를 미리 준비한 것은 해당 제도를 갑자기 진행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며 “상설협의체를 2014년부터 운영했고 1주일에 두 번씩 만나 내용을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과는 별개로 WLTP 기준 도입을 늦추면 유럽차의 국내 밀어내기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 속도를 맞춰가는 것으로 유예기간 등은 유럽 기준을 준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환경부가 예외 규정 등을 두고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제조업 육성에 나서고 미국 정부가 2008년 자동차 업체들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했던 이유를 되새겨봐야 한다”며 “환경부 장관 후보나 차관 모두 시민단체(NGO) 이력이 있어 기업 규제에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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