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北 ICBM 발사 성공] 文대통령 '운전석' 앉자마자 박차고 나온 김정은...2단계 北 해법 출발부터 삐걱

<남북관계 또 안갯속으로>

'북핵 동결 → 대화·보상' 접근방법 제대로 시작도 못해

한미일 공조·군사훈련 강화...유사시 선제타격 가능성도

新 베를린 선언에 '도발 엄중 경고' 강력 메시지 담을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명령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ICBM 발사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명령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ICBM 발사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한 국방과학원 문건에 “당중앙은 대륙간 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승인한다. 7월4일 오전9시에 발사한다”는 내용의 친필 서명을 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한 국방과학원 문건에 “당중앙은 대륙간 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승인한다. 7월4일 오전9시에 발사한다”는 내용의 친필 서명을 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언론을 통해 발표했던 발언이다. 이 같은 경고를 던진 지 불과 나흘 만에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새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4일 북한에 대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우리(한미)’도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북핵 및 탄도미사일 시설 등에 대한 선제적 타격까지도 검토하게 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대북정책의 무게중심은 대화보다는 제재 쪽으로 한층 더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당초 북한이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면 대화와 보상에 나서면서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유도하는 ‘2단계 접근법’을 구상했으나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부터 남북관계가 삐걱거리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이 당장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실시하려 했던 연설 내용이 크게 손질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신(新)베를린선언’으로 별칭 지어진 이번 연설의 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완성하려는 의지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이 같은 기조를 비웃듯 북한이 탄도탄을 쏘아올리면서 베를린연설에는 당초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층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문 대통령은 이미 한미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핵 해결에 대한 한미의 확고한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북한이 미사일 개발 의지를 꺾지 않겠다면 그에 상응해 단호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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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도발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국제사회와 함께 강화하고 한미 군사훈련의 강도와 횟수를 늘리며 유사시 대북 선제 타격과 도발에 대한 사후 응징보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외교 및 군사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강력한 힘의 압박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에 자발적으로 나오도록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정권도 당분간은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한 제재로 나갈 수밖에 없고 문재인 정부도 남북대화 국면 조성 노력에 상당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그렇다고 대화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한층 더 압박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정책을 실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압박과 제재에도 북한이 계속 벼랑 끝 전술을 쓸 경우가 문제다. 고유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이번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에 대해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는 의미를 보여준 것이다. 어떤 제재나 압박이 있어도 목표대로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국을 타격할 만한 모든 핵미사일 능력을 갖춰놓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처럼 북한의 태도가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면 한미가 대북체제 보장에 대한 약속을 재고하는 초강수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정은 정권과는 더 이상 협상이 어렵다는 판단이 든다면 핵 개발의 시간을 더 이상 벌어주지 않도록 제한적 군사 수단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만약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핵을 소형화할 경우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급파에도 제한이 미칠 수 있어 더이상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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