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가장 오래된 공장이라고요?”
지난달 29일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에 들어서자 높아진 천장과 밝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환한 공장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작업자들은 생산라인에서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제작하고 있었다. 울산 1공장은 현대차의 모태 공장으로 불린다. 현대차 창립 이듬해인 지난 1968년 문을 열어 40년 가까이 됐다. 하지만 러시아나 체코 등 현대차 주요 해외 공장보다 최신식 설비를 갖췄고 공장 바닥은 신발에서 뽀득뽀득 소리가 날 만큼 매끈했고 넓은 작업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임만규 울산공장 생산1실 이사는 “코나 생산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30여년 만에 시설을 완전히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코나를 앞세워 새로운 전성시대를 연다.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역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울산 1공장은 현대차의 뿌리이자 살아 있는 역사다. 1968년 현대차의 제1호차 ‘코티나’와 1975년 국내 최초의 독자 모델 ‘포니’가 이 공장에서 태어났다. 현대차 공장의 작업 방식과 노사문화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울산 1공장은 오래된 역사만큼 경직된 노사문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느 공장보다 노사 관계가 까다롭다. 현대차 노조원에게 울산 1공장이 ‘정신적 본산’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게다가 여기서 생산하는 차종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엑센트’ ‘벨로스터’ 등이었다. 1공장을 두고 노사 분위기가 좋을 수 없었다.
현대차는 당초 코나가 SUV인 만큼 현재 레저용차량(RV)을 생산하고 있는 2·4·5공장에 물량을 배정하려 했다. 1공장의 노후화된 시설도 이유지만 경직된 노사관계가 더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현대차 경영층은 코나가 현대차의 새 시대를 여는 차인 만큼 새로운 노사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로 삼자며 1공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라인도 새롭게 정비했다. 라인 재정비 작업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진이 발생해 공장 개선 작업이 중단됐고 노조 측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맞서기도 했다. 코나는 양산 예정일인 15일 자정이 넘어 첫 가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최근 울산 1공장은 활기가 넘치고 있다. 사전계약 5,000대라는 기록에 작업자들도 고무된 모습이었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앉아 있는 작업자가 없었다. 첫 SUV 차량을 만드는 작업자들도 꼼꼼하게 머리를 맞댔다. 임 이사는 “우리도 전략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코나의 품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생산라인에서 차를 만들어 아무 문제 없이 출고되는 합격률을 한 달 내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보통 두 달 이상 걸리는 작업이다. 울산 1공장 1층 입구에는 ‘코나룸’도 만들었다. 매일 오전9시30분 주요 책임자들이 모여 품질 문제를 논하는 일종의 ‘워룸’이다. 현대차는 오는 8월 중순 유럽에, 11월 중순에는 북미에 코나를 수출해 공장을 풀가동한다. 내년 4월에는 코나 전기차(EV)도 1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임 이사는 “코나를 통해 울산 공장의 노사 문화는 물론 달라진 현대차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