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IT 조정·北 미사일' 잇단 돌발 악재…코스피 상승세 흔들리나

北 ICBM 발사로 긴장 고조

투자 심리 얼어붙을까 우려

고평가 논란 美 반도체株 ↓

국내 IT 업종도 5% 떨어져

상승 이끌던 외인도 관망세

잠재된 불안 요소 수면 위로

0616A20 불안한 상승장4




국내 증시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섹터 조정과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돌발 악재에 변곡점을 맞이했다. 7개월째 상승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불안 요인들이 재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부터 삼성전자(005930)의 2·4분기 잠정실적 발표로 시작되는 어닝시즌이 코스피에 불고 있는 불안의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3% 오른 2,388.35에 장을 마감했다. 한미 양국이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관련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 보합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은 87억원을 순매도하며 이틀 연속 팔자를 이어갔고 기관도 823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재부각은 국내 글로벌 IT섹터의 조정과 함께 지수 추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IT주의 조정은 나스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인텔·엔비디아·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브로드컴 등 주요 반도체 회사의 주가는 최근 기술주 고평가 논란 속에 급락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구글에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하락폭은 더욱 커졌고 국내 IT 업종도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이 기간 코스피 전기·전자업종지수는 3.07%, KRX 반도체지수는 5%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돌발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상승장에 가려 있던 불안 요소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지적한다. 우선 최근 지수 상승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두 종목에 기댄 측면이 크다. 현행 코스피지수는 시가총액 가중 평균방식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시총이 큰 소수 종목만 올라도 지수는 상승한다. 지수 왜곡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97포인트 올랐을 때 삼성전자의 지수 기여도(주가변화가 반영된 주가지수-주가변화 없다고 가정한 주가지수)는 138포인트, SK하이닉스는 16포인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수 상승의 78.17%를 두 종목이 책임졌다는 의미다. 최근 두 달 사이 두 종목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점을 고려하면 지수 민감도는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기사



이는 지수가 숫자상으로만 올랐을 뿐 개인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지수가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5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주요주주 현황을 살펴보면 이건희(외 8인)가 19.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자사주(15.02%), 국민연금(9.72%) 등의 순이다. 여기에 외국인 보유지분율 53.9%를 제외하면 개인 보유 비중은 전체 주식의 2%도 채 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SK텔레콤(20.77%), 국민연금(10.24%), 자사주(3.02%), 외국인(50.5%) 등을 제외하면 개미 보유 비중은 최대 15%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 1년 사이 두 종목의 주가가 배 이상 올랐더라도 주가 상승의 과실은 주로 외국인과 기관, 그리고 지분율 보유한 관계사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개인의 투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여전히 600선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올 상반기 코스피가 18.05%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5.8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개인이 6월 들어 IT 업종을 뒤늦게 편식하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개인의 증시 귀환은 환영할 일이지만 IT 업종의 쏠림 현상은 자칫 상투를 잡아 투자 손실을 키울 수 있다.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지난해 11월 초 대비 50% 가까이 올라 언제든지 조정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개인은 지난달 20~30일 사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7,483억원 중 98%가 넘는 7,348억원을 전기·전자업종에 쏟아부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이 4,786억원, 기관이 7,986억원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올 들어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올 상반기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원 이상을 사들인 외국인은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순매수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상반기 국내 증시 상승의 1등 공신인 기업실적 개선 폭이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면서 외국인의 눈높이도 조정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어닝시즌을 앞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하향되고 있다”며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국내 주식시장도 추가로 힘을 받기에는 눈치를 봐야 할 요인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긴축의 경로로 들어섰고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 추가 편입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