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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밤 사로잡는 '아재 셀럽들의 수다의 향연'

tvN '알쓸신잡' 시청률 6% 넘기는 등 인기 몰이



금요일 밤 ‘아재 셀럽들의 수다’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달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 데 없는 신비한 잡학사전)’(tvN)이 줄곧 시청률 6%를 넘기는 등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윤식당’에 이어 나영석 피디가 선보이는 ‘알쓸신잡’은 나 피디의 특기인 여행 프로그램에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감초 역할 정도만 하던 아재들을 중심인물로 전면 내세워 인문·사회·정치·문화 등 지식을 비롯해 이들이 펼치는 ‘잡학의 향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등장인물들 간의 묘한 관계 및 ‘케미’ 또한 프로그램의 맛을 살린다는 평가다.

‘알쓸신잡’은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유희열, 정재승 등 각 계의 유명 인사들을 모아 국내 여행을 떠나면서 이들이 쉴 새 없이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가 주 소재다. 여자보다 오히려 남자들이 수다에 강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듯 이들은 쉴 새 없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각종 지식을 내놓으며 ‘썰’을 푼다. “자연이 진공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권력도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있어 보이는’ 통찰력있는 어록을 척척 내놓는 유시민 작가, “햇빛이 바삭바삭하다”라는 작가다운 표현을 선보이는 김영하, 전국의 맛집에 대한 평가를 맛깔나게 해내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각자의 주장을 내놓다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론이 필요할 때 조목조목 해결해주는 정재승 등의 ‘썰’에 유희열의 강약을 조절하는 진행 솜씨가 발휘돼 재미와 안정감을 모두 선사한다. 특히 이들의 수다는 수다에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잠시나마 생각해볼 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들은 경주에 가서 경주 수학여행의 기억을 내놓으며, 왜 당시에는 다들 수학여행을 경주로 갔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에 대해 유시민은 경상도 출신들이 주로 집권을 하던 시기와 맞물린 것이라는 해석을, 김영하는 경부선 등 철도 이용이 용이해서라는 해석을 각각 내놓았다. 둘은 다른 대답을 내놓은 듯 보이지만 그들의 해석은 우리 현대 정치사를 관통하고 있음을 시청자들은 짐작할 수 있다.



둘만 모여도 관계가 형성되는 법. 남자 다섯이 모여 만들어진 관계 및 이런 관계로 드러나는 각 인물의 캐릭터들이 흥미를 유발한다. 유시민은 1959년생, 황교익은 1962년생으로 둘은 또래지만 공통점이 많다기보다는 살아온 궤적이 달라 차이점을 더 많이 보이는 이들이다. 이 때문일까. 둘 사이에서는 묘한 신경전은 첫 회부터 벌어졌다. 전국 맛집을 모두 꿰고 있는 황교익의 점심 메뉴 추천을 반대하고 유시민은 유희열과 다른 메뉴의 음식점을 찾은 것. 또 김영하는 다른 이들이 ‘수다 배틀’을 벌일 때 반 발짝 정도 떨어져서 지켜보다 적재적소에 치고 빠지는 재치를 보이는가 하면, 통영에 가서도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짬뽕, 강릉에서도 “강릉에서는 스테이크”라며 스테이크집으로 향하는 등 작가다운 개성을 보여준다. 또 정재승은 유시민의 팬으로 유시민이 하는 말마다 수첩을 꺼내서 적을 듯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등 ‘팬심’을 드러낸다. 13살이 어린 정재승의 이런 태도에 흡족해하는 ‘아재’ 유시민의 표정도 볼만하다. 또 지식이 없음을 자처하지만 그럼에도 지식인처럼 보이는 유희열의 추임새는 모든 것을 대충은 알아야만 할 수 있는 반응으로 출연자들을 어우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또 ‘알쓸신잡’의 여행지는 우리 기억 속의 아련한 문학적 감수성을 꺼내 놓게 한다. 통영에서는 이곳을 배경으로 한 ‘김약국집의 딸들’을 소개하면서 ‘토지’의 작가 박경리를, 순천에 가서는 김승옥의 ‘무진기행’, 법정 스님의 ‘무소유’ 그리고 매화에 대한 애정, 강릉에 가서는 신사임당 등 우리 국문학사를 훑어 감성에 젖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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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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