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노트북을 펼쳐 업무를 보던 이영준(36) 과장. 다음 날 팀장에게 제출할 보고서를 마무리한 후 노트북 화면을 뒤로 밀어젖힌다. 옆에 있던 아내가 “멀쩡한 노트북을 망가뜨리냐”고 물으려는 찰나, 태블릿으로 변신한 노트북이 눈에 들어온다.
최고 사양으로 업무 효율을 배가시켜줄 노트북 기능은 물론 야외 활동 시 가볍게 갖고 다니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거나 그림까지 그릴 수 있는 노트패드의 기능까지 갖춘 ‘투인원(2 in 1) 노트북’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단순히 디스플레이와 키보드를 분리해 사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360도 회전을 하며 ‘차원이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터치스크린 전용 펜까지 탑재하고 차별성 확보에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노트북 9 펜’은 터치스크린이 가능한 디스플레이가 360도로 회전, 평상시 일반 노트북처럼 쓰다가 언제든 디스플레이를 뒤로 넘겨 태블릿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13인치와 15인치 두 가지 사양으로 구성돼 있다. 7세대 인텔 프로세서와 FHD(1,920×1,080) 리얼뷰 디스플레이, 256G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저장장치가 탑재돼 노트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사양을 자랑한다. 기존 360도 회전 노트북이 터치스크린 기능만 제공했다면, 이번에는 디스플레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S펜’을 함께 제공하며 한층 더 진화된 기능을 뽐낸다. 노트북과 태블릿, 노트패드 기능까지 더한 ‘3인1’ 노트북인 셈이다. S펜을 이용하면 4,096단계로 세분화된 필압과 0.7㎜의 얇은 펜촉으로 훨씬 섬세하고 정교한 표현이 가능하다. 종이에 글씨를 쓰거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자유롭게 디스플레이 펜 작업을 원하는 그래픽 아티스트나 웹툰 작가,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레노버가 지난달 내놓은 ‘씽크패드X1요가’도 360도 회전과 전용 펜을 이용한 터치스크린에 활용할 수 있다. 전용펜 ‘씽크패드 펜 프로’는 1,000단계가 넘는 필압을 자랑한다. 게다가 펜을 이용하지 않을 땐 본체에 넣으면 자동 충전되는 기능으로 높은 활용도를 자랑한다. 디자인 전문가들을 위한 제품인 만큼, WQHD(2,560×1,440) 화면에 인텔 i7-6500U 프로세서, 512G SSD와 8GB RAM 등 고사양 기능을 대거 탑재했다. 인공위성에 사용하는 탄소섬유로 제작돼 14인치 크기에도 무게는 1.27㎏에 불과하다. 레노버는 이 밖에도 ‘요가720’과 ‘요가 520’를 내놓으며 360도 회전 노트북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요가720은 13인치 광시야각(IPS)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으로 UHD(3,840×2,160) 해상도가 특징이며, 14인치 제품인 요가 520은 엔비디아 지포스 940MX그래픽카드와 돌비홈씨어터를 지원하는 하만 스피커를 사용해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CES에서 컴퓨터 하드웨어 부문 혁신상을 거머쥔 델의 ‘XPS 13 2인1’도 360도 회전과 터치스크린 기능을 제공한다. 펜은 따로 탑재되지 않았지만, QHD(3,200×1,800) 화질의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탁월한 선명도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사의 제품인 만큼 기본 사양도 경쟁사 제품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지난 2015년 6월 국내에 처음으로 360도 회전이 가능한 노트북을 내놓은 바 있는 HP도 최신 360도 회전 노트북인 ‘스팩터 X360 13’을 선보였다. 최상위 모델에는 인텔의 i7-7500U 프로세서와 인텔 HD620 그래픽카드, 최대 1TB의 저장용량에 16GB 램의 사양을 갖췄다.
파격적인 기능과 디자인에 시장이 호응하는 것일까. PC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360도 회전 노트북은 ‘나홀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 2,034대가 판매된 360도 회전 노트북은 올 1·4분기에는 8,277대로 4배 이상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