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특별기고] G20 정상회의를 다녀와서

다자 정상외교의 복원, 양자외교의 지평확대

강경화 외교부장관

獨 공식방문·수장과의 회담 등

공백 깨고 다자무대 외교 복원

한중·한일·한러 양자회담 개최

주변 4국과 정상외교 본격 가동

北비핵화·한반도 평화정착

각국 협조 이끌어내는 성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강경화 외교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지난 7일 저녁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념음악회에서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연주됐다. 마지막 악장인 ‘환희의 송가’가 끝나자 정상들을 포함한 모든 관객이 기립해 오래도록 힘찬 박수를 보내며 하나가 됐다. ‘환희의 송가’는 모든 인류가 형제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각국 정상들이 왜 함부르크에 모였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자리를 만들어줬다. 10여년간 유엔 인권·인도지원 분야에서 일했던 필자로서는 오랜 공백을 깨고 다자무대에서 우리 정상외교가 복원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 신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양자회담 요청이 쇄도했으며 문 대통령은 독일 양자방문, G20 정상회의, 9개국 정상과의 별도 회담, 한미일 정상 만찬 회담, 유엔 등 3개 국제기구 수장과의 회담 등 많은 외교일정을 소화해내며 다양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먼저 7~8일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충, 친환경에너지 산업, 여성 역량 강화 등 우리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우리나라가 ‘사람 중심 경제’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G20 정상들은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해 높은 관심과 공감을 나타냈다. 또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 최대 쟁점이었던 무역 및 기후변화 이슈에서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하는 입장과 파리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정상 간 합의 도출에 기여했으며 테러리즘·난민·보건·개발·양성평등 등 주요 국제현안 대응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의 국격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개도국 여성 기업인 지원을 위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설립된 ‘여성기업가기금’에 대한 1,000만달러 지원을 공약하기도 했다.


한편 ‘테러리즘’ 세션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이야말로 안보리 결의를 비롯한 국제규범과 세계평화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 등 보다 강화된 압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정상들이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가 시급히 다뤄야 할 과제라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특히 북한이 G20 정상회의 개최 3일 전인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정상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경제포럼인 G20 정상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북핵 및 미사일 문제에 대한 정상들의 우려를 공유하고 유엔 안보리가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폭넓은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언론에 설명했다. 이는 G20 정상회의 직전 독일 양자방문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와 한반도 문제 및 통일과 관련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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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미일 3국 정상 만찬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향후 더욱 강화된 대북압박을 위한 안보리 조치 등 북핵 및 미사일 문제 대응 방향을 중점적으로 협의했다. 그 결과 3국 정상 차원에서 최초로 채택된 공동성명은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정상 차원의 공조를 강화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 인식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됐다.

양자외교 차원에서는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한일·한러 양자 정상회담을 열어 신정부 출범 2개월 내 주변 4국과의 정상외교를 본격 가동했다. 이에 더해 베트남·인도·프랑스·호주·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과 세계은행·유엔·유럽연합(EU)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과의 회담으로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혔다. 또 각국 정상들과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공조를 확인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해 이들 국가 및 국제기구들의 이해를 제고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이에 앞선 한독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독일 측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양국 정상은 독일의 통일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독일통일 조약의 협상 장소인 구베를린 시청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함으로써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5대 기조(평화 추구,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신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 추진) 및 남북관계 회복과 돌파구 마련을 위한 대북 제안(이산가족 상봉, 평창올림픽 초청, 적대행위 중단, 남북 접촉·대화)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독일 방문 및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다자·양자외교를 중층적으로 전개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각국의 협조 확보, 국제사회에서 중견국가로서의 역할 강화, 우리 외교의 지평 확대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필자는 귀국하는 길에 문득 G20 정상회의 기념 음악회에서 힘차게 연주됐던 ‘환희의 송가’의 감동을 마음속에 다시 한번 새겼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이 교향곡은 “분열된 가혹한 현실을 그 신비로운 힘이 재결합시키고”라는 가사 때문인지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음악회에서도 연주됐다고 한다. 이번 정상외교와 향후 우리나라의 외교적 노력으로 북한 핵무기 및 미사일 실험 등 절망이 끝나고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희망이 나타남으로써 한반도에서도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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