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더이상 수정없다" 박삼구 최후통첩...산은 결국 재매각 절차 밟나

■ 금호, 채권단 제안 조건부 수용

금호 상표권 '12.5년간 0.5% 사용' 수정안 제시

박삼구 회장 역제안으로 명분·실리 동시에 챙겨

"산은, 더블스타와 계약 수정없인 매각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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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좌우할 ‘금호’ 상표권을 두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산업은행의 제안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동시에 사용료 부분을 명확히 하라며 채권단에 역제안했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모습으로 사실상 산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묘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산은은 중국 더블스타와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을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금호산업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독점 사용 기간 12년 6개월 보장, 사용료율 0.5%, 해지 불가’를 내용으로 하는 금호 상표권 관련 수정안을 결의해 산은에 회신했다. 산은은 지난 7일 금호 측의 입장을 일부 수용해 사용료율 0.5%를 받아들였다. 대신 더블스타가 지급하는 0.2% 외에 차액 0.3%는 산은이 일시금으로 847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브랜드 사용 기간은 20년이 아닌 12년6개월로 제시했다.


금호 측은 이날 한발 양보해 산은이 제안한 사용기간 12년 6개월은 수용했다. 하지만 사용료 부분은 0.5%로 원칙안을 고수했다. 더블스타가 금호 인수 이후 5년간 금호 브랜드를 사용하고 6년째부터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금호산업은 브랜드 사용료로 채권단이 보전해주는 0.3%만 받게 된다. 5년간은 0.5%지만 이후 7년 6개월간은 0.3%만 받는 것. 이럴 경우 12년 6개월간 평균 요율은 0.38%로 금호 측의 요구인 0.5%에 못 미친다. 금호 측이 사용료율 0.5%로 12년 6개월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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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호 측은 “상표권은 특정기간 보상금을 받고 거래하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업 회계 원칙과 거래 관행상 정해진 정상적인 방법으로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즉 원칙에 따라 산은이 847억원을 보전하지 말고 브랜드를 사용하는 더블스타가 0.5% 모두를 지급하라고 당당히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산은이 금호 측의 새로운 제안을 추가 보전금으로 지급하는 것도 원천봉쇄했다. 금호 관계자는 “금호 상표권 안건으로 이사회를 4번이나 열었다”며 “우리 제안을 수용할지 말지는 산은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더 이상의 수정안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현 상황에서 산은이 더블스타와 맺은 SPA를 원칙적으로 수정하지 않고서는 상표권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PA 수정은 곧 재매각 절차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산은 입장에서도 난감하게 됐다. 공은 이제 산은으로 넘어갔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 측으로부터 공식 문서를 접수해서 법률적 의미를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 결과에 따라서 19일 주주협의회 회의를 개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은 오는 9월23일까지 완료해야 한다. 해당 날짜까지 거래를 완료하지 못하면 기존에 산은이 더블스타와 맺은 SPA는 무효가 되고 재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이번 역제안으로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얻게 됐다. 동시에 상표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 실리도 챙기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애초에 상표권과 관련해 금호 측과 제대로 된 협상을 했다면 매각 과정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금호타이어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조는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의 부실 매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금호타이어 현장노동자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저지 대책위원회’는 광주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을 점거하고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라며 농성에 돌입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매각과 관련, 고용 보장과 지속발전을 위한 국내 설비투자 확대 등 내용을 담은 시민 1만여명의 서명부를 광주시에 전달했다. /강도원·김흥록기자 theone@sedaily.com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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