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지방정부 23년… 자립할 성인 됐다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요즘 가장 ‘핫한’ PD로 알려진 나영석씨 초청 강의를 들을 기회가 지난주 서울시청에서 있었다. 그가 내놓은 시청률 대박의 세 가지 요소가 흥미로웠다. 새로움·재미·의미다. 그중에서도 굳이 순서를 정하자면 새로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나 PD의 공식을 행정에 적용해봤다.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물론 ‘새로움’이 중요하지만 행정이 시민의 삶에서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의미한 정책은 무엇일까. 필자는 ‘분권’이라고 본다. 모든 답은 현장, 시민의 삶에 있고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시민의 생활 현장과 밀착해 있음에도 대한민국은 재정과 조직·입법권한 모두 중앙에만 과도하게 몰려 있는 불균형적 행정 시스템을 갖고 있다.

국가 예산의 10분의8을 중앙이 가져가고 나머지 10분의2만 지방에 남지만 업무는 중앙이 6, 지방이 4를 하는 현실이 대표적이다. 또 지방정부의 국장 한 명을 늘리고 줄이는 것조차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슈도 중앙정부의 법령 개정 사항이 많다. 예컨대 이른바 ‘뜨는 지역’의 임대료 상승 문제는 미국 뉴욕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대료 상한선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자치입법권을 보장해준다면 각 지역의 사정에 맞게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청년수당처럼 지역의 정책적 실험에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관련기사



중앙정부는 ‘지방은 방만하고 지역이기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에 능력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중앙이 대신 결정해주고 방향을 잡아줘야 효율적이고 낭비가 없고 국민의 이익이 커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지방자치 도입 23년이다. 사람도 스무 살이 넘으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성인이 되는데 하물며 세계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 지방을 아직 어린이 취급하는 것은 지방의 주민역량을 과도하게 불신하는 것이다. 이제는 고칠 때가 됐다.

지역에 재원을 넘겨주는 것 역시 재원과 세원의 불균형으로 수도권과 농어촌의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법은 얼마든지 있다. 공동으로 같이 쓸 수도, 상호 조정할 수도 있다. 누가 결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지방의 관점에서 지방끼리 결정하도록 자율적 결정권을 달라. 대도시만 배부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서울시는 균형발전에 전적으로 동의해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도농 상생을 착실히 실천해왔다.

누군가에게 물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려면 수영장에 들어가 스스로 수영을 하게 해야 한다. 보트를 띄워 위험할 때마다 구해내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