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위원장으로 24일 선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은 중량급 법조인 중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사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공론화위 인선이 현 정부의 ‘코드’에 맞춰 이뤄진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일각에서 나온다.
공론화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10월 중순까지 신고리 5·6호기 공사 영구 중단 또는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심원단을 구성하는 공론화위 인선을 놓고 야권이 공정성 시비를 제기하면서 추가적인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노동법 전문가다. 2005∼2011년 대법관을 지내고 퇴임한 뒤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과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대법관 시절에는 김영란 전 대법관 등과 함께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며 진보 성향 판결을 많이 냈다.
김 위원장이 대법관에 임명될 당시에는 ‘정통 대법관 코스를 벗어난 인사’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원광대를 나온 ‘비 서울대’ 출신의 고법 부장판사가 대법관에 발탁됐기 때문이다. 대법관 시절 진보적인 판결만 낸 것은 아니다. 2009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상고심 주심을 맡았을 때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각각 2명씩 선정된 위원들도 진보 색채가 강한 학자들이 중심이라는 평가다. 정부가 원전 이해관계자나 에너지 전문가를 처음부터 후보에서 제외해 위원의 전문성 논란도 나온다.
인문사회 분야의 김정인(39) 수원대 법행정학과 교수는 행정학 전공 소장학자로 분류된다. 같은 분야 류방란(58) 한국교육개발연구원 부원장은 교육정책 전문가다. 과학기술 분야의 유태경(38)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와 이성재(38) 고등과학원 교수는 각각 서울대에서 공학박사와 이학박사를 받은 젊은 학자다.
조사통계 분야 김영원(58)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와 이윤석(48)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통계 전문가다. 배심원단 구성과 여론조사 등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갈등관리 분야의 김원동(58)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와 이희진(48)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은 공론화 과정에서 돌출할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게 된다.
이날 발표된 명단을 보면 8명의 위원 가운데 3명이 여성이다. 30대 후반 3명이 포함된 것도 큰 특징이다.
그러나 야권은 이날 공론화위원 면면이 발표되자 일제히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특히 김 위원장 임명에 강하게 반발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 계획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위원회 활동 자체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당은 정부가 공론화위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고 바른정당은 공론화위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