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소득주도 성장의 세가지 함정을 경계한다

확대재정, 미래세대에 부담 떠넘겨

분배우선, 취약계층 소득증대 한계

빚 더미 가계, 소득·소비 연결 약해

정부가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은 성장방정식의 일대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경제체질을 각각 소득주도와 일자리 위주로 바꿔 저성장과 소득분배 악화라는 우리 경제의 고질병을 극복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는 가계소득을 새로운 성장의 원천으로 삼아 일자리 창출→분배 개선→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양적성장 결과를 중시하고 모방·추격형 성장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과거 방식의 성장전략으로는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니 정책 기조의 변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역대 정부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저마다 처방을 내놓았지만 이번처럼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정책의 골격으로 삼은 것은 유례가 없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그동안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이다. 불확실성과 불안 요소가 적지 않은 만큼 소득주도 성장이 초래하는 세 가지 함정을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첫째는 재정만능주의의 환상이다. 정부는 지출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책정하는 확대재정을 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통상 3% 내외인 지출증가율은 5~6% 선으로 껑충 뛰게 된다. 역대 정부마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씀씀이 증가율을 세입 증가율보다 낮게 관리해온 데 비한다면 지나친 감이 있다.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지만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 주요 선진국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는데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40%로 상대적으로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부채를 합친 공공부채에다 연금충당금까지 합치면 GDP와 맞먹는다.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재정적자를 기록해 나랏빚 증가 속도 또한 너무 가파르다. 성장동력 확충 없이 나라 곳간을 허물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줄 게 분명하다. 정부의 역할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있다. 국가 재정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 나랏돈은 성장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데 그쳐야 한다. 복지지출의 선택과 집중 없는 재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관련기사



둘째는 소득분배 우선주의의 오류다. 성장과 분배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고 이분법으로 가를 일도 아니다. 다만 소득분배 강화가 곧바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일자리를 빼앗는 부작용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조세의 소득재배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증세한다고 해서 서민 살림이 저절로 펴지지는 않는다. 증세가 경제활력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세수감소를 부를 수도 있다. 각종 보조금이 줄줄 새는 정부 특유의 비효율성을 본다면 소득분배 효과 또한 미심쩍다.

세 번째는 소득과 소비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의 취약점인 내수부진은 소득의 많고 적음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산층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는 것은 은퇴 이후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 탓이 크다. 미래가 불안하니 호주머니를 열지 않는 것이다. 사회 취약계층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다.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처방의 일환으로 소비쿠폰을 나눠줬지만 정작 국민들은 돈으로 바꿔 저축한 역설은 시사적이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민간의 소비 여력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저성장 극복과 소득분배 개선이라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더구나 재정의 힘으로 가계소득과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산업구조 고도화 등으로 낙수효과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수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규제 완화 같은 ‘공급 위주 경제’ 운용을 굳이 배척해야 할 이유가 없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경제정책만큼 위험한 선택은 없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가 기업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외면해서는 우리 경제의 난제를 풀 수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