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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서민정X‘하이킥’, 10년 전 떡밥이 환대받는 이유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하다. 배우 서민정의 늙지 않는 동안 미모도, 해맑은 웃음도, 그를 기억하는 대중도 그대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벌써 10년이나 지난 낡은 ‘떡밥’이다. 그럼에도 왜 대중들은 서민정, 그리고 ‘하이킥’을 이토록 반길까.

지난달 방송된 MBC ‘복면가왕’에서 ‘감자튀김’이 복면을 벗을 때 모두가 깜짝 놀랐다. 10년 전 결혼 때문에 모든 방송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떠난 서민정이 무대 위에 있었다. 조용필의 ‘단발머리’에 이어 윤종신의 ‘팥빙수’을 부르며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그에게 패널과 관객들은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짧지 않은 공백기에도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진=MBC ‘라디오스타’/사진=MBC ‘라디오스타’


지난 9일에는 MBC ‘오빠생각’에도 출연했다. ‘오빠생각’은 팬 영업 영상을 제작하는 프로그램. 서민정은 “나는 그냥 아줌마인데”라며 출연에 자신 없어 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복면가왕’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서민정은 활동 당시 에피소드부터 결혼 후 미국 생활까지 솔직하게 다 털어놨다. 언제 봐도 선한 미소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를 그리워한 이들이 많다는 것은 MBC ‘라디오스타’에서 진행한 ‘하이킥 특집’에서 알 수 있다. 지난 1월 방송된 ‘하이킥’ 특집 1탄에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주역인 이순재, 최민용, 신지, 김혜성이 출연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서민정은 당시 최민용과 깜짝 전화 통화로 근황을 전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하이킥’ 특집 2탄에는 박해미, 정준하, 서민정이 출연했다. 서민정의 예능 복귀와 함께 성사된 특집이었다. 현재 활발히 방송 활동 중인 정준하, 박해미의 활약은 당연했고, 특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서민정이었다. 10년 만에 토크쇼에 출연했음에도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보여줬다. 맹구 성대모사, 숟가락 랩 등 개인기를 쏟아냈다.

사실 서민정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기간은 길지 않다. 그는 2000년 Mnet에서 VJ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02년 김병욱 PD의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에 출연한 뒤 영화 ‘제니, 주노’,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사랑과 야망’에 출연했으나 깊은 인상을 안기지는 못했다.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방송된 ‘거침없이 하이킥’이었다.

김병욱 PD와의 인연으로 출연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서민정은 정일우와 김혜성의 학교 영어선생님인 ‘서선생’으로 등장해 대체불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최민용, 신지와 미묘한 삼각관계를 이룬 것은 물론이고 정일우와도 예상치 못한 케미를 자아냈다. 쉴 새 없이 넘어지면서 ‘꽈당 민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사진=MBC ‘라디오스타’


작품 자체의 인기도 상당했다.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만든 시트콤의 제왕 김병욱 작품답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숱한 유행어와 스타들을 낳았다. 또한 ‘하이킥’ 시리즈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성공 덕분에 ‘지붕 뚫고 하이킥’,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까지 나올 수 있었다.


서민정을 필두로 다시 뭉친 ‘하이킥’ 식구들이 이토록 환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방송 당시의 인기가 한몫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웃음은 물론 적절한 감동까지 있는 완벽한 가족 시트콤이었다. 동시에 우리를 10년 전 그 때로 추억여행 하게 만든다. 서민정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10년 전 우리 자신에 대한 향수가 밑바탕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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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이제야 배우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된 ‘하이킥’ 영화 제작 무산 이야기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라디오스타’에서 배우들은 당시 ‘하이킥’ 영화제작까지 기획됐다고 뒤늦게 전했다. 특히 서민정은 이야기 진행상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기 때문에 김병욱 PD와 최민용이 서민정의 집까지 찾아와 설득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모두가 알듯이 결국 영화화는 불발됐다. ‘하이킥’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서민정은 배우로서 전성기를 맞았음에도 결혼 생활을 위해 미국으로 가야만 했다. 서민정은 ‘라디오스타’에서 “김병욱 PD가 ‘네가 내 영화감독을 데뷔를 막았다’고 하신다”며 죄송한 마음을 드러냈다. 극 중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냈던 만큼 서민정이 없으면 안됐던 것.

만약 서민정이 예능 복귀에 이어 연기에도 복귀한다면 어떨까. 그는 앞서 매체 인터뷰 등에서 9월까지는 한국에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방송을 쉬는 10년 동안 딸아이를 둔 어엿한 엄마가 됐으니, 결혼 전과 달리 꾸준히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것은 퍽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사진=MBC ‘라디오스타’/사진=MBC ‘라디오스타’


그럼에도 연기 복귀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이는 현재 자취를 감춘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이킥’ 시리즈 이후 몇 편의 시트콤이 방송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을 꼽기는 힘들다. 김병욱 PD의 시트콤도 2013년 tvN ‘감자별 2013QR3’이 마지막이다.

시트콤은 일반 드라마와 달리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어찌 보면 드라마와 예능의 경계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잘 짜인 각본과 연출로 치밀하게 연기하는 것이 통했던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관찰 예능 등 작위적이지 않고 리얼한 방송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 이런 방송계에 시트콤 붐이 다시 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그 시절 김병욱 PD와 서민정이 만들어낸 웃음의 가치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웃음 안에는 가족과 이성은 물론이고, 친구와 이웃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 매 회 공감 가는 소재로 모든 인물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서민정은 귀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로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정석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것들이 서민정의 방송 복귀를 반기는 이유다. 흔히들 기억은 미화된다고 한다. 당시 힘들 일이 있었을지언정, 10년이 지나 ‘하이킥’을 통해 추억하는 2007년은 웃음과 감동의 기억이 더 크다. 놀랍도록 10년 전과 똑같은 서민정은 우리를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든다. 서로가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다.

서민정에게 아직 이렇다 할 연기 계획은 없지만, 다행히도 방송 활동은 ‘라디오스타’가 끝이 아니다. 오는 8월 KBS2 ‘해피투게더3’ 출연도 예정돼있다. 조심스레 꺼낸 추억이 과거 회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현재 진행형 활약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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