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결국 경질...권력다툼서 밀려

백악관의 '카인과 아벨' 대립서 스캐러무치 공보국장 승리

트럼프, 스파이서 이어 프리버스도 내치고 '마이웨이' 강화

후임 비서실장은 군 장성 출신 존 켈리 국토부 장관

경질된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EPA연합뉴스경질된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EPA연합뉴스




신임 비서실정으로 임명된 존 켈리 전 국토안보부 장관/AFP연합뉴스신임 비서실정으로 임명된 존 켈리 전 국토안보부 장관/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교체설에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결국 경질했다. 후임에는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이 임명됐다.


‘러시아 스캔들’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에 이어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까지 트럼프 행정부 내의 온건파들을 줄줄이 내치고 그 자리에 강경파 측근들을 앉힘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행보가 한층 더욱 노골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존 켈리 장관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막 임명했다는 사실을 기쁘게 알린다”면서 “그는 위대한 미국인이자 지도자”라고 말했다. 그는 “존은 국토안보부에서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며 “그는 나의 내각에서 진정한 스타였다”고 신임 비서실장을 추켜세웠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프리버스가 한 일과 국가에 대한 헌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임 비서실장인 켈리는 남부사령부(SOUTHCOM) 사령관까지 지낸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이다.


이번 인사에 대해 미 정치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충성심 높은 측근들을 전면 배치해 ‘러시아 커넥션’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나 앞서 사임한 스파이서 전 대변인이 러시아 커넥션을 비롯한 핵심 사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불만을 표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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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통 당료 출신의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은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공보국장의 임명과 함께 그의 측근인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이 사임하자 교체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됐다.

백악관 기강 확립이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공보국장으로 투입된 앤서니 스캐러무치가 취임하자마자 프리버스에게 칼끝을 겨누며 노골적으로 공세를 벌여 왔기 때문이다.

스캐러무치는 지난 27일(현지시간) CNN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자신과 프리버스의 관계를 성경의 카인과 아벨로 비유하며 “우리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대통령의 판단에 달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여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 표현되는데, 스캐러무치가 성경 속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신과 프리버스가 백악관에서 공생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 대목이었다. 스캐러무치는 지난 26일 밤 트위터에서 자신의 자산이 5,000만달러(약560억5,500만원)에 달한다는 개인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자 프리버스를 범인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상관인 프리버스를 공개석상에서 “편집성 조현병 환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스캐러무치의 노골적인 프리버스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더해, 백악관이 이러한 스캐러무치의 발언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미 권력의 무게중심이 스캐러무치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스캐러무치가 공보국장을 맡은 지 열흘도 안 돼 욕설을 섞어가며 프리버스를 공격하는 데 대해 “때때로 스캐러무치는 열정적이어서 튀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며 그를 감쌌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백악관이 새로운 실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비서실장 경질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프리버스 경질로 끝난 이들 두 사람의 갈등은 진작부터 예고됐다. 스캐러무치는 지난 대선 때 선거기금 모집에 관여하는 등 개국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프리버스와 스티브 배넌 수석이 그의 백악관 입성을 강력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가 자신의 사모펀드 지분을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하이난항공그룹에 넘긴 탓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그보다는 프리버스와 배넌의 반대가 주요인이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한편 해묵은 갈등이 스캐러무치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프리버스와 함께 백악관의 양대 축으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도 편치 않게 됐다. 스캐라무치는 배넌에 대해서도 언론 인터뷰에서 실명을 언급하며 비난을 퍼부어 왔기 때문이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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