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금융위 금융공공기관 경영평가, 여전한 ‘깜깜이’ 논란

금융위, 2016년 금융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발표

'깜깜이' 논란 지속…올해부터 결과보고서 내지만

당일 아닌 9월 공개, 평가단 명단도 비공개 유지

'보여주기식' 눈총…"기재부가 일괄평가해야" 지적도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경영실적 평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깜깜이 평가’ 논란을 빚고 있다.

구체적인 평가 항목과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객관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금융위는 올해부터 평가 결과보고서를 내 개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보여주기’ 식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따른다.


금융위는 31일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3곳과 한국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등 총 5곳을 대상으로 한 ‘2016년 금융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전년도 C등급을 받으며 경고등이 켜졌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B등급으로 한 단계 올라섰고,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도 B등급을 유지했다. 기업은행은 3년 연속 A등급 받았다. 새 정부 첫 경영평가를 앞두고 긴장했던 평가대상 기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당장 평가등급이 오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성적표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조 원의 세금을 수혈받고도 경영 정상화에 실패해 추가지원을 받은 것이 올해 초인데, 주채권은행이자 부실감독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의 지난해 경영실적에 B등급을 매긴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역시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이후 방만 경영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데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 무산 여파로 평가가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는 올해도 평가위원 명단과 평가 기준·항목·이유 등은 모두 비공개에 부친 채 기관별 최종 평가 등급만 발표해 논란을 키웠다. 지난해 6월 2015년 금융공공기관 경평 결과를 발표할 때에는 기관별로 해당 등급을 받은 이유를 한두 문장으로 짤막하게 설명했지만, 올해는 그나마도 없었다. 해마다 120곳에 달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기관 유형별로 구체적인 평가 지표를 함께 공개하는 기재부와 대조적이다. 금융위의 경평이 ‘깜깜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기재부는 여러 부처 소관 공공기관들을 평가하다 보니 소명 책임이 더 명확한데다 경평을 전담하는 조직과 체계도 갖춰져 있다”면서 “반면 금융위로서는 유사한 성격의 기관 서너 개만 평가하다보니 별도 인력을 투입하는 등 품을 많이 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DB산업은행. /연합뉴스KDB산업은행.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산업은행·기업은행처럼 금융위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받는 기관을 금융위가 평가하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 기타 공공기관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무부처로부터 경영평가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감독부처가 소관기관을 평가할 경우 낙하산 인사 의혹과 맞물려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관대하게 평가하거나, 자기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적시 조치를 미루는 감독유예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방치 등의 책임이 드러났음에도 2015년 금융위 경평에서 임직원에게 성과급이 지급되는 C등급을 받아 제도 개선 요구를 일으켰다. 최근 4년간 평가에서 D등급 이하 등급을 받은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는 점도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D등급 이하를 받으면 해당 기관 임직원은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경영평가가 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하다. 실제 금융위 평가에 한 해 예산과 직원들의 성과급이 달라지는 기관들로서는 기준이 모호한 ‘깜깜이 평가’가 곤혹스럽다는 분위기다. A기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경평에 성과연봉제를 연동시켰는데 (지난 6월) 권고안이 철회된 후에는 관련 가이드라인도 딱히 없었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사내보 간행도 조심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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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금융위도 올해부터 기재부와 비슷한 형식으로 결과보고서를 만들기로 했다. 금융위는 “경영평가의 신뢰성·책임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평가 근거와 기관별 실적 등을 담은 결과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며 “기재부 등 사례를 감안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가위원 명단은 여전히 비공개에 부치는데다, 결과보고서도 경평 결과 발표 당일이 아니라 2달 뒤인 9월 중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결과가 나온 상태지만 평가 항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공개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결과보고서도 ‘보여주기식’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평가위원을 공개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기재부와 달리 평가위원도 평가대상 기관도 워낙 적어 로비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기관 관계자는 “평가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평가단 명단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의 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금융권 기타 공공기관 경평도 다른 공공기관들처럼 기재부 주관 공운위 경영평가단이 담당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당부한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통일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동일한 감독과 경영지도가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기관만 감독부처인 금융위에서 담당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비 가능성 등을 문제 삼아 투명한 공개를 꺼리는 것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고 일침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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