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최지성 "정유라 승마 지원은 내 결정...이재용에 보고 안했다"

이재용 재판 마지막 신문

후계자 구설 피하자는 생각에

정씨 지원 문제 사전에 안 알려

물산 합병·순환출자 고리 해소

경영승계와 관련없는 통상 현안

118일만에 법정서 입연 이재용

"최종 결정권자 아니었다" 강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아래 사진)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부회장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아래 사진)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부회장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18일간 여론에 침묵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2일 열린 자신의 피고인 신문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와병 후 다른 계열사 업무에 대한 관심이나 책임감은 늘었지만 95%는 삼성전자·전자 계열사 업무였다”고 강조했다. “미래전략실은 한 번도 소속된 적 없다”고도 밝혔다. 이날 함께 피고인 신문을 받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도 “정유라씨 승마 지원은 내가 결정했으며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최 전 부회장이 그룹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빈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종 결정권자는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지난 2015년 대국민 사과를 자신이 한 것은 “미전실 소속이어서가 아니라 그룹 고위 임원의 한 명으로서 사과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홍완선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난 것도 “임원으로서 합병 성사에 도움을 주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발표한 미전실 해체도 “결정권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룹 대표로 나간 자리에서 말한 것”이라며 “최 전 부회장과 전화 통화 뒤 코치를 받아서 발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증언은 자신이 그룹 업무에 속하는 정씨 승마지원이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회장의 와병 중에 경영을 총괄했던 최 전 부회장도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지시한 것은 올림픽 승마 지원이었고 최순실씨 딸 정씨는 없었다”며 “최씨가 뒤에서 장난을 쳐(승마지원 명단에 정씨를 포함시키라고 요구했는데) 이것을 부회장에게 옮기는 게 적절한가 생각해 정씨 얘기는 끝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최 전 부회장은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 그가 ‘그런 일 해도 되겠느냐’고 하면서 스톱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후회도 해본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날 최 전 부회장 증언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5년 8월께 “승마 지원이 잘 되고 있느냐”고 넌지시 물었고 최 전 부회장은 “잘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만 답했다고 한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지난해 2월15일 직전에 승마 지원 현황을 간략히 보고했고 그때도 정씨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8~9월께 정씨 지원 등 상세한 내막을 이 부회장에게 알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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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 전 부회장에게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에서 정씨 승마 지원에 이르는 각종 현안에 관여했는지를 집중해서 물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필수 대목이다. 하지만 올해까지 40년을 삼성에서 근속한 최 전 부회장은 “곧 후계자가 될 사람(이 부회장)이 구설수에 오를 만한 일을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정씨 지원 문제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전실장으로 재직한 기간(2012~2017년)에는 “주요 의사결정은 제 책임하에서 했고 다만 이 부회장이 의전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있고 좋은 뜻에서 총수라고 하니 밖에서 (최고의사권자라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는지를 수차례 묻는 검사에게 “대화 중 거슬려서 말씀드린다. 제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관계는 (회사를) 관둘 때까지 아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전 부회장은 특검이 경영권 승계 관련 현안이라고 주장하는 삼성물산 합병이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승계와 관련 없는 통상 현안이라고 단언했다. “그룹이라는 법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승계는 정해진 절차가 있지 않다”며 “대주주인 이 부회장은 내일이라도 사장단 추대 방식으로 회장에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그룹 회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어서 삼성전자 회장이나 다른 계열사 회장을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사석에서 한 일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종혁·노현섭기자 2juzso@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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