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또 다시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줬다.
8일 광주지법 민사1단독 김현정 판사는 김영옥(85) 할머니와 최정례 할머니의 조카며느리 이경자(74) 할머니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생존자인 김 할머니에게 1억 2,000만 원을, 사망한 최 할머니의 유족에게는 상속지분에 근거해 325만 6,000여 원의 위자료를 미쓰비시가 배상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도난카이 대지진 때 사망한 최 할머니의 경우 지진으로 부상·사망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과 동일한 기준인 1억 5,000만 원의 배상액을 적용해 상속지분을 산출했다고 전했다.
1944년 김 할머니와 최 할머니는 강제노역을 했다. 각각 초등학생, 중학생 나이대였다. “돈도 벌게 해주고 공부도 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 갔다. 월급 한 푼 못 받았다.
이번 재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첫 번째 선고가 됐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국내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은 총 14건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012년 양금덕 할머니 등 원고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1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1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3건의 소송을 지원했다.
이날 판결은 3차 소송의 1심 결과다. 1차 소송은 2015년 6월 광주고등법원에서 승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 계류하고 있다. 2차 소송 당사자인 김재림·양영수·심선애 할머니와 유족 오철석씨의 1심 판결은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다른 소송 전례에 비춰 볼 때 미쓰비시 측은 이번 판결에도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