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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7일의 왕비’ 박민영 “사극여신? 이제는 ‘현대극여신’ 도전”

참으로 눈물 마를 새가 없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 연출 이정섭)는 배우 박민영의 연기 인생에서 감정 소모가 가장 큰 작품이었다. 박민영은 시종 처음부터 끝까지 이별, 또 이별을 반복한 가슴 아픈 캐릭터 신채경을 연기했다.

배우 박민영 /사진=문화창고배우 박민영 /사진=문화창고





‘7일의 왕비’는 단 7일,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 된 비운의 여인 단경왕후 신 씨에 초점을 맞춰 그와 중종, 그리고 연산군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작품이다.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인물 단경왕후의 삶과 사랑이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의 조화로 그려졌다.

어린 시절 첫사랑 이역(연우진 분)과의 애틋한 감정이 싹 트자마자 떨어져 지내야 했던 두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도 그들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해 가슴앓이를 했다. 그럴수록 신채경과 이역은 서로를 향한 갈망이 깊어졌다. 오죽하면 ‘역경 커플’이라 불렸을까. 시청자들 역시 이들에게 “제발 꽃길 좀 걷자”며 노심초사했다.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민영은 극 중 신채경과는 사뭇 다른,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7일의 왕비’가 여름 사극이었다. 이번 여름이 유독 무더워서 고되기도 하고 피곤할 법한 촬영이었는데 되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무사히 잘 끝난 것 같아서 감사하다. 제가 제작발표회 때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해서 뿌듯하다. 잠시 스스로를 토닥거려주고 싶다. 시청률적으로 아쉬운 면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나름의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생각해서 감사하다”

배우 박민영 /사진=문화창고배우 박민영 /사진=문화창고


단 한 신도 허투루 연기한 흔적이 없었다. 계속된 눈물과 고통 받는 신으로 감정소모가 크지 않았냐 묻자 “내가 그간 보여준 연기에 비해 훨씬 깊고 진한 감정이 나온 것 같다. 그간 흘린 눈물이 소녀의 눈물이라면, 이번에는 여인의 눈물이었다. 감정의 바닥까지 긁고 연기하려 했다. 내가 그렇게까지 핏줄이 터져 보일 정도로 운 적이 없는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그게 보이더라. 이제 비로소 32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배우로서 감정의 폭을 잘 들어간 것 같았다. 2017년 들어 가장 최선을 다 한 것 같다. 다시 하라 그래도 이렇게 연기하겠다. 개인적인 만족도, 성취도가 높았던 작품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이 작품을 많이 좋아해줬다”고 답했다.


박민영이 ‘7일의 왕비’ 촬영 중 싸워야 했던 대상은 감정소모보다 체력소모였다.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고 촬영했다. 아무래도 한복이 통풍이 잘 되는 옷은 아니다. 그림은 예쁘게 나오는데 그만큼 땀띠도 났다. 이너웨어를 입고 한복을 그 위에 입었는데, 이너웨어를 4번씩 갈아입었다. 에어콘이 간절했다. 세트에서 에어콘을 틀긴 했는데 야외 촬영에서는 더위가 가장 미웠다. 땀과 눈물이 자꾸 났다. 나중에 탈수증상까지 오더라. 더위를 먹고 속도 안 좋아져서 그 좋아하던 커피와 밥도 못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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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중에도 신채경의 슬픔을 오롯이 표현해낸 점에서 박민영의 프로의식을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이라고 의도한 대로 눈물을 매번 쏟아내기란 좀처럼 힘든 법. 특히 이번 작품에서 주로 ‘슬픔’을 담아내야 했던 박민영만의 방법을 물어봤다. “나는 눈물이 안 나오면 차라리 울지 않고 슬픔을 다르게 표현하는 스타일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워낙에 많이 몰입해서 저절로 눈물이 잘 나더라. 억지로 짜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웃다가도 눈물이 잘 났다. 신채경이 처한 인물의 상황이 너무 슬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눈물에 대한 부담이 있지는 않았다”

채경에 대해 “안쓰럽다. 평범하게 사랑 좀 하게 해주지”라고 늘 생각했다는 박민영은 이번 작품에서도 몰입력을 높여 ‘사극여신’으로서 중심축을 잘 소화해냈다. 2009년 ‘자명고’부터 2010년 ‘성균관 스캔들’, 2012년 ‘닥터 진’ 그리고 이번 ‘7일의 왕비’까지 사극에서 유독 돋보이고 호평을 받은 그다.

배우 박민영 /사진=문화창고배우 박민영 /사진=문화창고


“지금까지 사극에서의 캐릭터가 좋았던 것 같다. 배우는 캐릭터를 선물 받았을 때 연기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캐릭터들은 현대극보다 사극에서 좀 더 주체적이고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장르면에서 사극과 현대극이 엄청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주의다. ‘성균관 스캔들’은 아직도 얘기가 되고 있는 작품인데, ‘사극여신’이라는 말은 너무 황송하다. 이번엔 ‘현대극 여신’으로 불려보고 싶다.(웃음) 사극은 정말 재미있는데 작품이 끝나고 머릿속에서 캐릭터를 잃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7일의 왕비’는 각오를 하고 임했던 작품이라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박민영이 연기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던 비결은 댓글을 향한 ‘일시적 단절’도 있었다. ‘진짜 조선시대’로 타임슬립 해 살았던 기분은 아니었을까. “3달 동안 반응에 흔들릴까봐 단절돼서 살았다. 지방 촬영이기도 했다. 핸드폰을 안 봐도 되는 환경이었다. 시청률 소수점 하나에도 흔들릴까봐 그랬다. 결과적으로 연기에는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줬다. 종방연 무렵이 돼서야 댓글들을 많이 봤다. 피로감이 풀리는 느낌 이었다”

채경이를 안고 살았던 20회, 약 두 달여 동안 박민영은 이제 슬픔의 감정을 벗어나 본래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오려 한다. 스스로에게 줄 보상으로 “항상 그랬듯이 여행으로 리프레시하려 한다. 8월에 남은 스케줄을 한 뒤 9월 정도부터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살을 많이 빼놔서 당분간은 마음 놓고 먹어도 찌지 않을 것 같다.(웃음) 이번에는 여행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잠잘 시간을 쪼개서 대본을 봤을 정도다. 일단 이번엔 끝나면 에어콘을 잔뜩 틀어놓고 맥주 한 캔에 예능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더웠나 보다”라고 밝혔다.

‘7일의 왕비’의 엔딩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대신들이 신채경을 폐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후 이역의 안위를 걱정한 채경은 먼저 옷고름을 잘라주며 이혼을 권유했다. 그렇게 궁을 떠난 채경은 몇 십 년이 흐른 뒤 노년에서야 병상에 있는 이역과 재회했다.

이에 대해 박민영은 “사실은 새드엔딩인 것 같다. 마지막에 몽환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냐. 임종 전에 만났다는 야사가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를 그리워한 순간을 한 마디로 풀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뒤늦게 만난 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행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희생이고”라며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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