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문재인 정부 100일-서경펠로의 조언]"최저임금·탈원전 등 과속에 곳곳 신음...필요한 개혁부터 챙겨야"

거의 매주 수조원대 정책들 발표

재원마련 가능한 지 의구심 커져

반대 여론도 추스르는 과정 필요

'기업=惡' 이미지 씌우기도 문제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공약을 지키려다 보니 정책의 역효과가 나타나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립니다.”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서경펠로들의 평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조차 없는 비상상황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선거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정책을 짜온 만큼 지난 100일간 문재인 정부는 숨 가쁘게 경제정책을 내놨다.


가장 먼저 들고 나온 것은 ‘소득주도 성장론’이었다. 공급중심·기업중심의 경제정책을 수요중심·사람중심으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일자리 창출을 첫번째 국정과제로 내세웠고 서민들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도 열었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도 발표됐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장기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서경펠로들은 새로운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 그리고 탈원전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여론을 추스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책의 결과를 점검하면서 추진하다 보면 속도가 늦어지겠지만 시간을 갖고 하는 게 실수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최저임금의 경우 너무 지나치면 기업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돈도 문제다. 대선공약 실천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178조원인데 여기에 더해 거의 매주 거대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어 재원 마련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나성린 전 의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복지대책에 대해 ‘미래세대 세금폭탄’이라고 칭하며 “세금 낼 인구는 줄어들고 복지혜택을 받는 인구는 늘어나는데 누가 다 감당할 거냐”며 “부자들의 세금만으로는 재원확충이 어렵고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일자리와 세금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수찬 전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좋지만 건강보험료 인상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향후 복지 강화를 위해 부담을 질 수 있을지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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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을 모두 소화하려는 욕심을 조금은 내려놔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지철호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는 “대통령이 대선 때 많은 공약을 내놨지만 유권자들이 그것을 모두 동의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며 “세부적인 정책을 만들 때는 반대하는 사람을 최대한 줄이고 더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책을 골라 추진해야 정책이 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역시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하나도 못한다”며 “꼭 필요한 개혁부터 하고 긴 호흡을 갖고 전략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을 싸잡아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 분야, 대리점 분야의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이는 것을 두고 지 감사는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고 잘해왔든 못해왔든 잘못했다고 혼내주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며 “잘해왔던 기업들은 독려하고 못했던 기업들을 골라내 제재를 가하는 게 행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 100일 동안 기업들에 대한 심판 과정을 거치다 보니 정작 미래 산업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선거 때는 4차 산업혁명을 얘기했지만 이에 대한 방향성 제시가 아직도 안 돼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수요중심의 경제정책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봤다. 노 전 위원장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부분이 좋다”며 “기존 공급중심의 경제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속도가 다소 빠르지만 수요중심의 경제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채 전 의원 역시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큰 문제인데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강화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며 “기업 측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위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강광우·김상훈기자 권경원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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