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업 경영난' 고려한 법원...통상임금 소송 중대 분수령

금호타이어노조, 통상임금 소송 2심 패소

기아차 재판도 '車업계 위기' 반영될지 관심

고용부 "노사관계 파장 어디까지" 예의주시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난제로 불리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과 관련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하급심 판결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발생시킬 경우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두고 하급법원이 ‘기업 경영상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이나 대법원 및 각급 법원에 쌓여 있는 200여개의 관련 소송도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이 달라 신의칙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18일 광주고법 민사1부(구회근 부장판사)는 금호타이어 노조원이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노조 측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재판 역시 기업의 경영상태를 먼저 고려해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사측에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결국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금호타이어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상당한 워크아웃 기간을 거쳤고 워크아웃 종료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은 경영 사정을 고려한 판결로 풀이된다.

금호타이어뿐 아니라 통상임금과 관련해 회사 승소로 끝난 재판은 늘어나고 있다. 갑을오토텍과 한국GM·현대중공업·한진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현대로템·금호아시아나 등 대부분의 기업이 관련 재판에서 “상여금 및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이끌어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 한국에서 철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한국GM을 비롯해 대부분의 기업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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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법 판사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하급심 법원의 통상임금 관련 판결은 기업들의 경영상태를 고려해 내려지고 있다”며 “근로자들에 추가 임금을 지급할 때 기업의 경영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통상임금을 판단할 때 기업 경영상의 어려움에 비중을 두고 신의칙 적용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면서 관련 재판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르면 이달 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인 기아차 통상임금 재판과 관련해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가 당면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얼마나 판결에 반영될지 관심이 높다.

실제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의 노조 측 패소가 조만간 나올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노사관계에서 통상임금 문제는 법원에서 풀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최근 법원이 신의칙을 적용해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금호타이어 판결은 수익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기아차 판결이 관건이 될 텐데 노사관계의 일반 논리로 보면 노사가 통상임금 정의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지난 20여년간 임금교섭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체불임금을 달라고 하는 것은 맞지는 않다”며 “똑같은 조건에서 현대차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기아차는 인정을 받는다면 그 자체로도 기계적 법리 적용이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번 판결 결과가 노동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부가 입장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번 결과가 앞으로 있을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노사관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노현섭·임지훈·진동영기자 hit8129@sedaily.com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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