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박삼구, 금호타이어 다시 품나 … 산은, 컨소시엄 조건부 허용

‘계열사 피해만 없으면 OK’ 네거티브 조건 달고 朴에 제시 예정



더블스타의 매수 가격 인하 요구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이 살아난 가운데 채권단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호그룹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거나 계열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전략적 투자자(SI)인지 재무적 투자자(FI)인지를 가리지 않고 자금조달의 길을 열어 주겠다는 것이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의 협상에 따라 인수 가격이 20% 안팎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투자자 모집에 성공한다면 박 회장이 7,000억원대 가격으로 금호타이어를 품을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따르면 주주협의회 간사를 맡고 있는 KDB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인수 가격 인하 폭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 더블스타가 산은에 우발채무변제 상한선인 인수가격의 16.2%를 선변제해 달라는 것과 더불어 실적 악화에 따른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더블스타 측이 추가로 요구하는 가격 인하 폭은 10% 안팎으로 알려졌다. 협상 결과에 따라 전체 가격 인하 비율은 20% 초반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기존 9,550억원에서 7,000억원대로 인수가가 낮아지게 된다. 산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격 인하 폭을 두고 더블스타 측과 간극이 큰 상황이라 협상 완료까지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다만 통상임금에 대한 부담이 당초 우발채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지만 이날 2심 재판부가 사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채권단의 입지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타이어 매각가가 어느 수준으로 조정되는지와 상관없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할 수 있다. 앞서 3월에는 산은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불허,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했었다. 하지만 채권단이 상황 변화를 이유로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포괄적으로 허용하기로 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자금조달 계획을 먼저 제시하면 채권단이 이를 검토한 후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겠다고 했었지만 이번에는 네거티브 형식으로 일부 조건만 내걸고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건의 핵심은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금호그룹 계열사에 대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당장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거나 향후에도 이 같은 우려가 생기면 안 된다는 얘기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FI들과 풋백옵션을 맺었고 3년 후 투자자들의 옵션 행사로 그룹 전반이 부실해졌다. 채권단은 이르면 다음주 화요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확정, 박 회장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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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 회장 역시 강한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박 회장은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채권단에서 전달받지 못했다”면서도 “검토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내부적으로 3월 타진했던 투자자들에 대한 접촉을 재개하면서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규·강도원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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