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가요

[SE★초점] '제2의 뉴이스트·핫샷?'…KBS '더 유닛'에게 던져진 물음표

KBS가 오는 10월 방송을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 프로그램의 윤곽을 잡아나가고 있다. 달샤벳 수빈, 소년공화국, 브레이브걸스, 빅스타, 티아라 전 멤버 아름 등이 공식 출연한다.

/사진=KBS/사진=KBS


KBS ‘더 유닛’은 전, 현직 아이돌을 대상으로 오디션과 서바이벌을 통해서 그들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최종 남녀 10명씩을 선발해 두 팀의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고, 이 팀은 약 7개월간의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2000년대 초반을 시작으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기 시작한 아이돌 시장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포화 상태가 됐다. 한 해 평균 30~40팀 꼴로 데뷔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살아남는 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설 수 있는 무대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마저도 자본력과 인지도 면에 밀려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아이돌이 부지기수다. 소위 말하는 ‘빵 뜨는’ 것 자체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될 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가요계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더 유닛’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프로그램의 기획과 구성 등에서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것.

그 가운데서도, 이미 충분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공영 방송이 제작에까지 관여하게 되면서 생기는 권력 집중화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매출에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는 상업채널의 포맷과 유사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굳이 국가 공영 방송까지 제작하며 가요 생태계를 흔들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지난 9일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된 음악제작사 연합은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의 음악 산업 수직계열화가 음악 생태계를 급격하게 변질시킬 것”이라며 “가요계를 살리겠다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달리 중소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창의적 시도를 제한받는 것은 물론, 방송 미디어가 아이돌 그룹 구성원을 뽑는 프로그램에 자사 소속 아티스트들을 단순히 소개하는 역할에 국한된 에이전시로 전락해 갈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전에 선보였던 오디션 프로그램들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KBS가 이번 프로그램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꼬리를 문다. KBS는 앞서 ‘탑 밴드’,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 가운데서도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같은 경우는 ‘가수의 꿈을 안고 데뷔했지만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던 가수들의 재기를 위한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아이돌이라는 출신 성분만 제외하면 현재 ‘더 유닛’과 거의 유사한 목적이 깔려있다.

관련기사



공중파 방송사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시도는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지만, 공중파 방송보다는 편집이나 소재 등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 방송의 트렌디함을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방송화면/사진=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방송화면


출연자 면에서도 의구심은 계속된다. ‘더 유닛’이라는 프로그램의 출발과 무관하지 않는 ‘프로듀스 101 시즌2(이하 프듀)’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프듀’ 방송 당시 많은 연습생 가운데서도 화제를 모았던 것은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간 뉴이스트, 핫샷의 참가였다.

오로지 ‘데뷔’라는 꿈만을 위해 달려온 연습생들 사이에서 험난한 가요계의 현실을 체감한 그들이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참가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방송 직후 음원 차트를 역주행 하는 등 ‘프듀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프듀’ 속에서 그들만의 특수성이 확보됐기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돌 가수들이 데뷔를 했음에도 사라지는 이유는 ‘기획사의 사정’, ‘멤버 탈퇴’, ‘계약 만료’ 등이 있다. ‘프듀’에서 일부 가수들이 가졌던 특수성이 ‘더 유닛’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보편성으로 바뀌게 되면서, 그들의 안타까웠던 사연마저 시청자들에게는 자칫 피로감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확정된 것이 없다. 논의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출연자 명단에 ‘라붐’이 거론되면서 출연자 기준에 대한 모호함까지 더해졌다. 지난 앨범 활동 당시 ‘뮤직뱅크’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라붐의 출연 논의 소식이 전해진 것만으로도,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라붐’에게 유일하게 1위를 안겨줬던 KBS가 되레 그들에게 실패의 낙인을 찍은 것과도 같은 상황이다.

아직 채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실패의 낙인이 찍혀버린 가수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고자 한다는 의지는 뚜렷하지만, 프로그램 구성에 따라 용기를 낸 누군가에게 또 다시 큰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물론, ‘더 유닛’은 아직 기획 단계고, 프로그램의 뚜껑조차 열리지 않았다. 모든 우려를 비웃듯 큰 성공을 거둘 프로그램으로 남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 모든 우려에 귀를 열고, 단점을 최소화 하려는 제작진의 신중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