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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살인자의 기억법’ 신들린 설경구 VS 김남길, 원작의 성공적 재탄생

연쇄살인범이 알츠하이머에 걸린다면, 게다가 그 앞에 또 다른 연쇄살인범이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살인자의 기억법’은 파격에 파격을 거듭한 작품이다.

/사진=쇼박스/사진=쇼박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이 28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선공개 됐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이 영화는 2013년 김영하 작가가 출간 하자마자 첫 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때문에 제작 당시부터 이미 많은 원작 팬들이 영화 버전의 완성도 면에서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완성도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깊이 있는 해석을 놓고 본다면 합격점이다.

원신연 감독이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먼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듯, ‘살인자의 기억법’은 소설의 원형을 많이 반영했다. 원작의 소재와 캐릭터, 1인칭 시점의 독백 등이 그러하지만, 후반에서는 감독만의 식으로 사뭇 다르게 전개할 줄도 안다.

학창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살인으로 치달은 후, 주인공 병수(설경구)는 현재로부터 17년 전까지 살인을 일삼은 연쇄살인범이었다. 과거의 행위를 ‘사회적 청소’로 합리화해 기억에 묻어버릴 무렵 알츠하이머가 발병한다. 마을에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병수는 우연히 마주친 남자 태주(김남길)에게서 살인자의 눈빛을 읽어낸다. 그리고 딸 은희(김설현)의 위험을 직감한다.


여기까지는 소설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원작의 극적 서스펜스의 짜임새가 워낙 좋아 감독도 문체가 준 속도감, 주인공의 나레이션, 장르적 깊이, 클래식한 배경, 순간적으로 맞아드는 유머를 영상으로 최대한 구현해냈다. 소설보다 더 큰 장점이라면 망상과 현실을 오가는 판타지의 시각적 구체화와 배우들의 열연이 흡인력을 극대화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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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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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부터 서늘한 기운의 설경구는 단연 이 영화의 방점이다. 우선 외적으로 괴기스러움이 돋보이는데, 설경구는 극중 50대 후반이자 살인본능이 숨어있는 병수의 날카로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했다. ‘오아시스’ 때 18kg 감량, ‘역도산’ 때 26kg 증량에 이은 독한 연기 열정이다.

하얗게 센 장발, 안면 경련까지 ‘역대급’으로 외적인 면을 장착한 설경구는 특유의 ‘미친 연기력’으로 병수의 내면을 표현한다. 알츠하이머로 혼돈에 둘러싸이는 모습부터 살인자의 살기 가득한 눈빛, 태주에 대한 분노, 은희에 대한 부성애까지 순간마다의 전환이 빠르다.

김남길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또 다른 연쇄살인범을 선보이기 위해 설경구와는 반대로 14kg을 증량했다. 설경구가 날카로움으로 승부한다면, 김남길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상반된 캐릭터로 섬뜩함을 배가시킨다. 찰나의 순간에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표정연기에서 김남길의 ‘인생 캐릭터’를 발견하게 된다.

김설현의 연기도 캐릭터와 잘 맞는다. 아이돌 출신인 그에게 연기력에 의구심을 품을 법하지만, 실제와 나이대가 같은 병수의 딸 은희 역을 잘 만난 덕일까. 은희 역시 병수와 태주 사이에서 끊임없이 의심하며 내적 갈등을 겪는데, 아버지에 대한 안쓰러움과 막막한 심경까지 고뇌의 흔적이 보인다.

‘세븐 데이즈’, ‘용의자’로 장르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원신연 감독은 이번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믿고 보는 ‘원신연표 스릴러’를 또 한 편 탄생시켰다. 빠른 호흡으로 쉴 틈 없는 서스펜스를 선사할 줄 아는 원신연 감독은 배우들과의 완벽 호흡으로 원작의 성공적 재탄생 사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9월 7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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