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월세가 급격히 뛰어오르면서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정작 대학생이 있어야 할 공간을 직장인들이 채우는 ‘대학가 젠트리피케이션’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 시내 주요 대학가 월세는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대입구역 인근 지역이 가장 큰 상승세를 기록했다. 부동산정보 애플리케이션 다방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대 인근 봉천동과 신림동 월세는 지난해 37만원에서 올해 45만원으로 22% 올랐다. 보증금도 627만원에서 1,227만원으로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뛰어 서울 주요 대학가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월세 상승으로 경제적 부담감을 느낀 대학생들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일부 서울대생은 전세 3,000만~4,000만원 수준인 관악구 대학동 ‘녹두거리’에서 방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이 낙후돼 교통이 불편할 뿐 아니라 가로등 부족 등으로 치안 불안감을 호소한다. 서울대생인 이보라(23)씨는 “말이 서울대입구지, 집세는 사실상 강남”이라며 “녹두거리 인근 방값이 싸지만 밤에는 어두워 여자 혼자 살기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인근 지역 재개발과 상권 발달의 영향으로 주변 집세까지 덩달아 뛰면서 학생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주변은 재개발 사업 등의 영향으로 전월세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지역의 보증금은 지난해보다 63%가량 올랐다.
대표적 대학가인 신촌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연남동 일대는 솟구치는 방값에 학생들이 외곽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연세대 대학원생인 백정훈(29)씨는 “연남동이 학교와 떨어져 있어 예전에는 방값이 저렴했는데 최근 들어 계속 오르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너무 큰 부담이 돼 지금은 취업한 동생의 원룸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떠난 자리는 경제력을 갖춘 직장인이 채우고 있다. 직장인들에게는 원룸 등이 밀집한 대학가가 강남과 여의도·시청 인근 등 업무지구보다 상대적으로 집세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학생 때 수년간 오갔던 곳이라 생활이 편리할 뿐 아니라 지하철 등 교통수단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대학가를 찾는 이유다. 한양대 인근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이종수(30)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사실상 서울 내 연고는 이곳밖에 없다”며 “다른 곳보다 익숙하면서도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보다 방값이 저렴해 취업 후에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이 대학가에서 밀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대학생 주거대책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학가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진 곳으로 학생들이 밀려나는 것은 오히려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지리학과 교수는 “현재 캠퍼스타운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지만 대학생이 얻는 실질적 혜택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학생들을 위한 주거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두형·신다은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