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文정부 서슬에 숨죽인 재계] 최저임금·법인세 인상등 기업 옥죄도 경제단체 '부패집단' 낙인에 침묵 모드

노동친화적 정부에 "찍힐라"

경총·전경련 속으로만 '끙끙'

상의만 정치권 찾아 우려 전달

일자리 창출·성장동력 확보 등

기업 협조 없인 사실상 불가능

정부서 '국정 파트너' 대우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0여일이 지나면서 주요 국정과제와 세법개정안 등 굵직한 정책이 확정·발표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및 법인세 인상, 집중투표·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들이 연일 쏟아졌다. 여기에 최근 들어 노사관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장관에 노조 활동가 출신이 임명되고 노사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조율해야 하는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에도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위촉됐다.

이처럼 기업들의 운명을 좌우할 현안이 연이어 발생하고 편향적인 인사가 이뤄지면서 노동 분야가 균형을 상실했지만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은 시종 ‘침묵 모드’다. 그나마 30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치권 각 당 대표를 만나면서 통상임금, 근로 시간 단축 등 몇몇 현안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전달했지만 이전 주장보다 후퇴한 내용도 있다. 재계가 이처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는 정권 초기 정부 정책에 반대했다가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당하기 십상인데다 근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결부해 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재계 입장을 대변해야 할 경제단체들의 소극적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보면서도 지금처럼 정부가 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치부하고 가뜩이나 노동친화적인 정부에서 노동계에 기울어진 정책이 추진될 경우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저임금·법인세 인상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현안에 대해 경제단체가 침묵해서는 안 되지만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며 “정부가 기업을 최순실 일당에게 뇌물을 준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낙인찍은 상황에서 아무리 입장을 밝혀 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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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정 등에서 사용자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노사정 위원장 선임은 물론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내놓지 않아 기업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경총도 나름 사정이 있다. 경총은 지난 5월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경총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질타를 받은 후 입지가 급격히 축소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직접 연루돼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자임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고용 창출의 주체인 기업과 거리를 두고 채찍만 휘두를 경우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말로만 기업을 파트너로 인정한다고 하지 말고 국정과제의 동반자로서 서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람 중심의 경제성장’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성장과 경제 활성화를 주도할 기업들을 옥죄는 정책을 잇따라 추진하는데도 재계가 속앓이만 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력 파이를 키우고 성장률을 높여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많은 정책 중에서도 ‘혁신을 통한 성장’만 빠져 있다”면서 “재계의 위축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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