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광제호 전복사고, 조난신호기 왜 작동 안했나...해경 경위 조사 중

30일 포항 호미곶 동쪽 22해리 해역에서 뒤집힌 통발어선 주변에서 해경대원과 잠수부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해경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30일 포항 호미곶 동쪽 22해리 해역에서 뒤집힌 통발어선 주변에서 해경대원과 잠수부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해경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803광제호(27t급)가 전복돼 선원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한 사건과 관련, 해경이 배에 설치해 놓은 어선위치발신장치의 긴급구조 요청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경위를 조사 중이다.

선장, 선원 등 9명이 탄 붉은 대게잡이 어선 광제호는 지난 30일 오전 4시 30분께 높은 파도에 뒤집혔다. 낮 12시 14분께 인근을 지나던 유조선이 이를 발견했다. 8시간 여만인 낮 12시 39분 해경은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은 밑바닥을 드러낸 어선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선장 기모(58)씨 등 3명을 구조했다. 숨진 선원 4명은 배 안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실종 선원 2명은 사고 발생 하루가 넘도록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31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광제호 조타실에는 V―PASS, VHF―DSC, AIS 3가지 종류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이 중 V―PASS는 고속도로 하이패스처럼 선박 출·입항 기록과 위치를 자동으로 해경, 무선국 등에 알려주는 장비다.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비상 버튼도 달려있다. 2013년부터 생산한 V―PASS에는 선박이 기운 정도를 감지해 해경 등에 위급 상황을 알려주는 기울기 센서 기능도 추가돼 있다. 그러나 광제호 V―PASS는 2012년에 설치돼 이 기능이 없다. 해경 측은 “배가 70도 이상 기운 상황이 10분 동안 지속하면 기울기 센서가 작동한다”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낚시 어선에 시험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VHF―DSC는 통신 장비로 같은 것을 설치한 일반 선박, 해경함정 등과 교신하며 위치 등을 알릴 수 있다. V―PASS처럼 긴급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버튼도 있다. AIS는 어선 사이 충돌 방지 등을 위해 위성을 활용해 배 위치를 인근 선박, 해경 관제센터 등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위치발신장치다. 하지만 V―PASS, VHF―DSC와 달리 버튼을 눌러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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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조사결과 지난 30일 선장과 갑판장은 3가지 어선위치발신장치가 있는 조타실에, 기관장은 기관실에 머물고 있다 호미곶 동쪽 41㎞ 해역에서 배가 뒤집히자 긴급히 탈출했다. 나머지 선원은 홍게 조업을 위해 선실에서 쉬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해경은 사고 당시 AIS가 정상 작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긴급구조 요청이 없었다는 점에서 V―PASS와 VHF―DSC가 정상 작동한 지를 조사 중이다. 출항 때부터 V―PASS와 VHF―DSC가 꺼져 있었는지, 전원을 켜 놓았다면 조타실에 있던 선장이 어떤 이유에서 비상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선장은 사고 직후 배를 빠져 나오면서 조타실 안에 있는 비상벨은 누른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벨은 외부에 조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배 안에 있는 선원들에게만 긴급 상황을 알리는 기능을 한다. 해경은 이를 고려해 높은 파도에 배가 뒤집히는 사고가 순식간에 발생한 까닭에 선장이 미처 긴급구조 신고 버튼은 누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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