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로터리] 관광은 팔색조다

한경아 한국방문위원회 사무국장





여가와 소득의 여유. 관광이 일반 대중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관광을 일상적인 생활공간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일정 기간 체류하며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는 활동으로 정의한다면 우리가 관광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산업사회가 도래한 후부터일 것이다.

산업사회에 들어서며 노동과 사생활의 영역이 분리됐고 개인에게는 여가와 소득의 여유가 주어지기 시작했다. 죽기 직전까지 일해야 했던 인간에게 자유로운 휴식, 그리고 은퇴가 허락된 것도 채 100여년이 되지 않았다. 그 후 휴식과 은퇴의 시간을 관광이 채우기 시작한 것은 대중에게 충분한 실질소득이 보장되고 나서다. 관광할 자유가 얼마나 보장됐는가는 사회발전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가 됐다.


산업사회의 단계를 훌쩍 뛰어넘은 시대에 사는 지금 우리에게 관광은 어떤 의미일까. 팍팍한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올해 상반기 해외여행을 다녀온 우리 국민은 1,262만여명으로 지난해보다 18.7%가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2,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은 2위, 휴가 일수는 최저인 한국인들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통계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쉬고 싶다”는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다. 이 정도면 관광을 ‘의식주’에 버금가는 국민 생활의 기본요소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관광정책에 복지의 개념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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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시선에서 바라본 관광 외에도 관광에는 다양한 순기능적 요소가 많이 함유돼 있다. 자녀들과 함께 떠나는 지역 관광은 우리의 역사를 현장에서 직접 가르쳐주는 훌륭한 선생님의 역할을 해준다. 또한 지친 일상에서 떠나는 관광은 삶의 질을 높여주며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관광은 서로 마음을 열어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사회적 기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어디 이뿐인가. 관광은 국가 간 교류이자 평화산업이기도 하며 청년층과 은퇴한 노년층에게 보람된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전체 시장규모 73조원, 외래관광객 입국자 수 1,700만명 돌파 등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 장기화된 저성장 기조 속에서 관광산업이 국부 창출의 새 동력이 돼야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관광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한 부분이 됐다.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복지·교육·사회문화적 기능 등 관광이 종합산업으로서 갖는 다양한 순기능들을 보면 가히 팔색조에 비유할 만하다. 그래서 우리가 관광을 바라보는 시야는 이제 좀 더 넓어져야 한다.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여러 가지 색깔로 변모하는 팔색조 같은 관광의 매력에 주목해야 할 때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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