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가을의 첫날입니다. 날이 선선해지면서 긴 팔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는데요. 이렇게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 딱 어울리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가죽입니다. 그래서 오늘 센즈라이프에서는 내 손으로 직접 가죽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가죽 공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VOD]
가죽을 가공하는 것은 인류가 터득한 가장 오래된 기술 중 하나입니다. 몇 년 전부터 스스로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드는 이른바 ‘DIY(Do It Yourself)’ 바람이 불면서 가죽 공예도 더욱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만집 / 가죽공방 ‘집’ 대표
“요즘 들어서 공방을 많은 분이 찾아주시고 주위에 공방들도 많이 생기는 걸로 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가죽 공예를 시작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내가 만들 소품에 맞는 좋은 가죽을 고르는 것인데요.
가죽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가죽이나 양가죽·말가죽·악어가죽뿐만 아니라 뱀이나 코끼리, 심지어는 물고기인 장어나 가오리의 가죽도 다양한 가죽 제품 제작에 쓰입니다.
이 가운데 초보자도 쉽게 공예에 활용할 수 있고, 튼튼하며 가방이나 지갑·팔찌 등 다양한 소품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가죽은 소가죽입니다.
같은 동물의 가죽이라 해도 가공법에 따라 가죽의 특징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특징을 가진 가죽을 고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선 식물성 탄닌 성분을 활용해 가공한 ‘베지터블’ 가죽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고 은은한 색을 내고 사용 습관에 따라 형태도 조금씩 변합니다.
반면 화학 성분으로 가공한 ‘크롬’ 가죽은 색이 더 선명하고 시간이 흘러도 원래의 색과 형태를 유지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가죽을 구매할 수 있지만 가죽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 보며 골라야 좋은 가죽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의 신설동 가죽시장에 가면 직접 가죽을 보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죽도 옷감처럼 보통 다량을 도매로 판매하지만 최근에는 가죽 공예용 가죽을 찾는 개인 고객들을 위해 가죽을 잘라서 판매하는 곳들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완섭 / 명진피혁 대표
“가죽을 두 번 접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게 가장 기초적으로 가죽을 판단할 때 해보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해봤을 때 가죽이 터지는 가죽이 있어요. 가죽이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가죽으로 변해있다는 것이거든요. 또 테이프로 표면에다가 붙여서 한 번 떼어보는 것 그랬을 때 면이 코팅이 잘 돼 있는지 판단하는 약식 테스트가 될 수 있어요”
팔찌나 카드지갑처럼 만들기 쉬워 보이는 가죽 소품이라도 제작을 위해서는 전문 도구와 다양한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죽 공예 경험이 전혀 없다면 먼저 가까운 공방에서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가죽 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보자를 상대로 해외 명품 가방 디자인을 똑같이 만들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공방들도 생기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인데다 가방의 완성도도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작은 제품부터 만드는 연습을 해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인터뷰] 김만집 / 가죽공방 ‘집’ 대표
“가죽 공예의 매력은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 자기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가지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초보자도 쉽게 배워 만들 수 있는 가죽 소품으로 카드지갑이 있습니다.
먼저 두꺼운 모눈종이에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크기로 도안을 그립니다. 그린 도안을 잘라 준비한 가죽 위에 얹고 그대로 따라 그립니다.
그려놓은 선에서 조금 여유를 두고 가죽을 잘라야 하는데 이 재단 작업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소품의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가죽을 재단한 후에는 바로 바느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본드를 얇게 발라 완성품 모양대로 붙입니다.
본드칠을 하면 이후 바느질을 할 때 소품의 모양이 망가지는 일이 없고 바느질 후 따로 마감처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본드를 발라 모양을 잡았다면 바느질을 위한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마치 포크처럼 생긴 ‘목타’라는 장비를 재봉선 안쪽에 두고 망치로 두드려 구멍을 뚫습니다.
구멍을 뚫은 카드지갑을 가죽이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는 ‘포니’라는 기구에 끼우고, 어울리는 색의 실을 골라 다양한 방법으로 바느질을 하면 비로소 카드지갑이 완성됩니다.
완성 후에는 고열(高熱)을 이용해 도장을 찍듯 이름 등을 새길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경험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가죽 공예. 올 가을은 직접 만든 가죽 소품으로 더 멋스럽게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영상취재 강민우 / 영상편집 소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