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중소 제조업에 청년이 오게 하려면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국가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 우량 중소기업과 특성화고 학생을 연계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관심이 있는 중소기업을 견학하고 면접을 거쳐 취업을 결정한다. 그러나 중소 제조 업체에 취업한 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직장을 포기하고 만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과 달리 어렵고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청년 탓으로 돌리는 기업인이 많다. 이런 평가가 정당한 것일까. 다른 구조적 문제는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 산업단지(산단)와 선진국 산단을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먼저 정주 여건을 보자. 우리나라 산단은 대체로 값싼 용지를 찾아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조성돼 있고 편의시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공장들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삭막한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유럽의 산단은 주거지와 공장이 가까이 어우러져 있다. 공원·휴게시설·문화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거주지로도 손색이 없다.


둘째,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로도 접근할 수 있는 유럽 산단에 비해 우리 산단은 교통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시내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어 산단 안에 운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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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근로자는 개인비용으로 승용차를 구입해 출퇴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이유로 특성화고에서 기술교육을 받은 청년들은 중소 제조업 근무를 기피하고 번화하며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대도시의 서비스 업종으로 이직하게 된다. 아무리 제조업에 꿈과 미래가 있다고 외친다 하더라도 산단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떠나는 청년들을 잡아둘 방법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후산단 구조 고도화 사업’ 내용을 조금 변경하는 방안이 있다. 역사가 긴 산단에는 휴폐업, 해외 또는 타지방 이전으로 빈 공장들이 제법 있다. 이런 공장을 국가나 지자체가 사들여 공원·체육시설·복합문화공간·교육시설로 조성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산단 외곽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럽과 같이 트램·전철·궤도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가설하고 정류장부터 자기 공장까지는 공공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청년들이 중소 제조업을 외면하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임금 격차와 고용 안정성은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작업장 주변 환경과 교통 여건은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개별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산단 사회간접자본(SOC) 투입 전략을 근로자 친화적으로 세밀하게 다듬어준다면 청년들이 중소 제조업에 오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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