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브리핑/백브리핑]伊 당국은 난민 홍역 앓는데…지자체는 "난민 학생 받아요"

북아프리카 난민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한 지자체가 앞장서 난민 유치 의사를 표명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남부 나폴리 인근 벤토테네섬의 제라르도 산토마우로 시장은 4일(현지시간) “14세까지의 학령기 자녀가 있는 난민 가정이나 보호자 없이 단신으로 입국한 난민 어린이들을 우리 섬에 보내달라고 연방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산토마우로 시장은 “이곳에는 이미 루마니아인을 비롯한 다수의 외국인이 공동체에 도움을 주며 평화롭게 살고 있다”며 “벤토테네는 이민자 가정과 난민 고아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다시 한 번 약자를 향한 개방정신을 보여주는 유럽의 새로운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지자체가 자진해서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아프리카 난민의 유럽 입국 경로인 이탈리아는 이민자 수 급증과 그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로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대해 분산 수용에 동참하라는 압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들에게 EU 역내를 이동할 수 있는 임시비자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인 바 있다.



■벤토테네섬이 난민 구애 나선 이유

휴양지지만 상주인구 200~600명

학교 문 닫을 처지되자 적극 유치


벤토테네섬이 선뜻 난민 수용을 제안한 데는 심각한 인구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유명한 휴양지인 벤토테네는 휴가철 관광객이 5,000명에 달하지만 상주인구는 200~600명에 불과하다. 특히 학령인구가 적어 올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입학생은 각각 8명과 2명에 불과했다. 섬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문을 닫을 처지가 되자 난민들에게 손을 내밀게 된 것이다. 산토마우로 시장은 “벤토테네에는 학교를 계속 열어두는 데 필요한 아이들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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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레푸블리카는 “‘난민이 이탈리아의 자원’이라는 말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었다”며 이번 사례는 난민이 인구부족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벤토테네섬이 앞장서 난민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인 것은 이 지역이 ‘유럽 통합’의 상징성을 띠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벤토테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무솔리니 정권에 맞선 정치범을 수용했던 곳으로 유럽 통합운동의 산파 역할을 했다. 특히 이곳에 수감돼 있던 이탈리아 정치인 에르네스토 로시와 알티에로 스피넬리가 1941년에 공동 집필한 ‘벤토테네 선언’은 유럽 차원의 공동체 창설을 촉구해 유럽연방주의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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