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우 노조가 일부 업종에만 집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합원이 아닌 비정규직과 청년 노동자 등 노조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에게도 손을 뻗어야 합니다.”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은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회의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양대 노총이 노동자 전체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10%대 머물고 있는 상황으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대 노총은 한국의 진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며 “노조는 조합원들을 대표해야 하지만 비정규직과 청년 노동자 등 노조의 혜택을 못 받는 노동자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노조의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향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에서도 지난 1980년대 이래로 노조 가입자 수가 1,200만명에서 600만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그는 “서비스산업과 신기술 산업 등으로 경제구조가 변하고 있다”며 “이런 산업은 전통적으로 노조가 형성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작은 단위의 중소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노조를 조직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에도 책임이 있다”며 “노조는 자신들의 위기를 외부에서 찾고자 하지만 노조를 비판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 환경과 관련해서는 노동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임시직과 하도급 등 다양한 비전형 고용이 나타나고 증가함에 따라 노동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더욱 중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사례의 고용형태가 나타남에 따라 사용자와 노동자 혹은 노동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서로 협력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같은 정책적 수단은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정책이 빈곤 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ILO는 최저임금을 권고해 왔다”며 “한국이 최저임금을 개선하기 위한 검토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ILO 핵심협약 비준에 상당한 의지를 보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현재 한국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아직 비준되지 않은 4개의 핵심 협약은 인권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이라며 “ILO는 한국이 핵심 협약을 비준하는 데 있어 필요한 부분은 전폭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