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이슬람 소수민족의 수난

0815A39 만파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오스만튀르크(현 터키)는 자국 내 아르메니아인 남성들을 강제 징집하거나 집단 사살했다. 사막으로 추방된 부녀자와 노약자는 기근이나 질병으로 죽었다. 이때 희생된 사람이 150만명, 가해자인 터키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50만명에 달한다. 당시 터키 위정자들이 내세운 명분은 남진하는 러시아와 아르메니아의 합세를 막는다는 것. 하지만 속내에는 종교적 의도가 있었다.


바로 이교도 청소작전. 터키 거주 아르메니아인 대다수는 기독교인이었는데 이슬람 정권이 세계대전의 혼란을 틈타 조직적으로 이교도 제거작전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20세기의 첫 제노사이드(genocide·대학살)로 불리는 참극은 이렇게 일어났다. 이슬람 지역에 사는 소수 기독교인만 수난을 당한 것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1992년부터 3년간 이어진 보스니아 내전 때의 스레브레니차 학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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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7월11일 세르비아군은 유엔이 안전지역으로 선포한 피난민 주거지인 스레브레니차를 침공했다. 이후 열흘 동안 기독교도 세르비아군은 성인 남자와 소년을 중심으로 8,000명이 넘는 보스니아 이슬람 교도를 무참히 살해했다. 당시 시신을 불도저로 밀어 매장할 만큼 그 수가 많았다고 한다. ‘적의 예비병력을 없앤다’는 구실을 붙여 학살을 자행했다니 끔찍할 따름이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가 보스니아 내전에서 유일하게 이 사건을 대량학살로 정의한 이유가 있다.

불교국가 미얀마에서 빚어지고 있는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을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이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터키 등 이슬람 국가들은 규탄성명을 내고 수지가 받은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유엔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를 멈추라”고 한 것을 보면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찮아 보인다. 어느 종교 할 것 없이 믿는 신이 다르다고 서로 증오하고 죽이는 일이 끊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종교가 뭐라고.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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