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원 “비트코인, 실체없는 전자화한 파일…몰수 못해”

'가상화폐, 화폐 불인정' 첫 판결

검찰 부당이득 몰수 구형 기각



법원이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현금 같은 화폐로 보기 어렵다는 국내 첫 판결을 내놓았다. 특히 비트코인을 몰수 대상인 물건으로 보고 구형한 검찰과 물리적 실체가 없어 몰수 불가능하다고 본 법원이 정반대 해석으로 부딪쳐 주목된다.

8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반정모 판사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인 ‘AVSNOOP.club’을 운영하며 19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된 안모(33)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안모씨의 비트코인에 대해 몰수를 구형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씨는 구속 시점인 올해 4월17일 기준 5억여원에 달하는 216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몰수는 범죄행위와 관련한 물품과 금액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조치다.


반 판사는 우선 안씨가 비트코인 전부를 범죄로 얻은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며 몰수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반 판사는 “비트코인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반 판사는 “가상화폐는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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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금융위원회 주도로 운영된 ‘가상통화(가상화폐)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가상통화는 블록체인에 기반을 두고 가치를 전자적으로 표시한 현 시점에서 화폐나 통화로 보기 어렵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TF는 가상통화가 높은 가격 변동성, 불확실한 시장가치를 보여 화폐의 본질적 기능 중 하나인 가치척도로서의 역할이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TF는 가상통화가 화폐나 통화가 아니라고 했을 뿐 정의를 내리는 것은 유보했다. 이는 가상화폐에 대해 일본은 통화, 스위스는 외환, 미국·영국·독일은 자산으로 정의하고 제도적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과 비교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나름의 정의를 하루빨리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지난 2009년 출시된 비트코인은 1비트코인이 최초 약 0.003달러(약 3원40전)에서 최근에는 4,483.55달러(약 504만원)까지 치솟아 7년여 만에 149만4,000배가 될 만큼 가치가 기록적으로 높아졌다. 안씨의 216비트코인 역시 이날 기준으로 10억원에 달한다. /윤종열·조권형기자 yjyun@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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