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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행주 “최선을 다한 ‘돌리고’…대중 반응 존중한다”

“미션 때마다 좋은 반응은 왔지만, 저는 늘 주인공은 아니었다”고 말할 정도로 행주는 Mnet ‘쇼미더머니6’에서 주목을 받았던 래퍼는 아니었다. 그랬던 행주가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알린 무대가 탄생했다. 이른바 ‘행주대첩’이라고 불리는 ‘레드썬’(Red Sun)이었다.

단순하게 행주 본인의 인생무대를 넘어 ‘쇼미더머니’ 전 시즌을 통틀어도 ‘레전드무대’로 꼽히는 ‘레드썬’은 우승자가 너무 뻔해서 지루하다는 평을 들었던 ‘쇼미더머니6’ 판도를 단번에 뒤집으면서 ‘반전’의 재미를 선사했다.




사진=아메바컬쳐사진=아메바컬쳐


프로듀서 지코&딘의 서포트와 스윙스의 피처링이 더해진 ‘레드썬’의 무대는 여러 가지 의미로 대중에게 충격적이었다. 왼쪽 눈이 안 보인다는 개인사와 시즌4 탈락의 아픔을 담은 가사는 울림을 선사했다.

“‘레드선’을 하면서 팀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팀원들이 모두 떨어지고 저 혼자 남았잖아요. 그때 지코&딘이 원래 주려고 했던 곡을 다 접고, 제 이야기를 들려주자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스토보다는 박수를 받는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곡을 만드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해줬고, 저는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이’ 몰입을 했죠. 제 24시간을 쥐어짰던 것 같아요.”

“‘레드썬’으로 결승전에 진출한 행주는 ‘우승후보’로 꼽혔던 넉살을 위협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시즌4의 1차 예선 탈락자이자, 방송 초반 탈락 위기를 겪었던 행주는 자신의 역전 스토리를 통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를 보여주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강력한 랩과 더불어 무대매너와 카리스마는 당연 독보적이었으며, 그가 강조하는 ‘섹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쇼미더머니6’ 캡처사진=‘쇼미더머니6’ 캡처


“무대 위에서 몰입을 했고, 뭔가 계산을 해서 한 건 아니에요. 지코&딘이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무대 장치나 조명 등에 대해 신경 써 주셔서 후회 없는 무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실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천적인 질환이 아닌 스트레스로 인한 포도막염으로 시력이 급속도로 저하된 행주는 약 1년 가까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행주는 방송을 통해 “현재 왼쪽 눈이 안 보인다. 일어났는데 갑자기 뿌옇게 안 보였다. 스트레스가 가장 큰 문제였다. 병원에 갔더니 실명의 위험이 있고 난치병이라고 하더라”며 “어이가 없었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와 동생과 강아지를 한 번 더 봤다. 볼 수 있을 때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레드썬’은 그저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뿐이에요. 정확히 말해 아직 실명이 된 것은 아니고, 시력이 저하돼 실명이 가능한 상태죠. 눈앞이 뿌옇고, 그에 대한 치료를 받는 와중에 이를 감추려고 했었죠. 그렇게 ‘레드썬’을 준비하다가 문득 ‘내가 왜 감춰야 하지?’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더라고요. 사실 생각이라는 것이 종이 한 장 차이인데. 그래서 가사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고 신중하려고 노력했어요.”

행주에게 ‘섹시’란 무엇일까. 이 같은 질문을 던지자 행주는 “너무 원했던 타이틀인 동시에 계속 어필하고 싶은 매력”이라며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섹시도 여러 종류와 표현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섹시는 단순히 외모적인 것이 아니에요. 제가 남들보다 외모도 못난 편이고, 여러 가지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보니 ‘멋있어 보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내린 답은 ‘음악의 힘’이었어요. 음악의 힘을 빌려서 제 안의 섹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에게 솔직해지면 좋을 것 같았고, 이를 통해 섹시해 질 자신감이 있었죠.”

사진=‘쇼미더머니6’ 캡처사진=‘쇼미더머니6’ 캡처


‘레드썬’으로 ‘쇼미더머니6’를 뒤흔든 행주였지만, 그럼에도 그때까지 그가 우승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 포털사이트의 경우 ‘쇼미더머니6’ 우승자를 예측하는 투표에서 행주를 제외한 ‘우원재 vs 넉살’을 놓고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우승자는 투표에 없었던 행주.


하지만 약간의 덜컥거림이 발생했다. 그가 우승한 것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결승무대인 ‘돌리고’로 우승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평이 쏟아진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레드썬’이 진정한 우승무대라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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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분들의 생각은 존중하고, 제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라고 봐요. 또 그런 말들이 많은 것도 재미있어요. 저는 열심히 했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나 반응을 제가 원하는 대로 이끌 수는 없다고 봐요. 제 무대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니까요. 다만 개인적으로 ‘돌리고’로 우승한 것이 의미가 커요. ‘돌리고’라는 곡이 현장에서 줬던 임팩트와 경연으로서 상대방을 긴장시키는 힘이 강했거든요. 아직 ‘돌리고’ 무대에 후회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좋은 것 같아요. (웃음)”

‘돌리고’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무대였다. 지원사격으로 DJ DOC가 무대 위에 올랐는데, 마이크가 문제인지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으며, 백댄서로 나오는 등산복 아주머니와 어르신들 등의 모습은 다소 우스꽝스러웠다. ‘행주의 랩을 제외하고 모든 최악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자 행주는 웃으며 “이 부분도 되게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지코&딘과 제가 뭉쳐서 ‘돌리고’를 작업할 때 ‘이건 끝났다’라며 반응이 좋았어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미스가 없던 곡이 ‘돌리고’였죠. 심지어 당일 리허설 때 모든 스태프와 현장에서 다 칭찬해 줬었어요. 넉살은 제게 ‘형이 ‘서치’를 할 때까지 나는 우승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다 ‘레드썬’을 보면서 무서움을 느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리허설을 보고나니 질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어찌됐든 저희는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기에 이후 오는 그 어떤 반응들도 다 받아줄 수 있어요. 앞서 말했듯이 제 곡에 대해 솔직하게 느끼는 권하는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니까요.(웃음)”

매 순간이 위기였지만 그래도 늘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는 행주에게 혹시라도 우승을 할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행주는 “나간 것도 충동적이었는데, 우승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답했다.

“우승 생각을 아예 못했어요. 해야겠다 싶어서 현장지원을 한 거고, 그 상황에서 우승까지 생각하기에는 너무 벅찼죠. 저게 가장 큰 산이자 첫 번째 목표가 ‘1차 예선 트라우마 극복’이었어요. 왠지 모를 자신이 있었지만, 다음 스텝은 다음에 생각하자 했죠. 1차 예선이후 2차까지 3주간의 시간이 있어서, ‘오케이 2차까지 하면 알아서 되겠지’하면서 나갔던 것이 우승까지 해 버렸네요.(웃음)”

사진=‘쇼미더머니6’ 캡처사진=‘쇼미더머니6’ 캡처


우승을 예상한 적이 없다고 말한 행주였지만 재미있는 것은 자메즈와의 ‘1:1 대결’에서 자메즈에게 “난 제 2의 바비, 제 2의 베이식 너랑 붙은 래퍼들은 다 꿈나무가 됐지, 땡큐 ‘쇼미6’ 우승자는 행주, 자메즈랑 나 이건 미리 보는 결승”이라는 가사로 공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주는 자신의 가사처럼 진짜 우승을 하게 됐고, 이후 자메즈는 ‘우승조무사’ 혹은 ‘킹메이커’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저도 정말 신기해요. 하하. 자메즈가 저한테 ‘한 턱 쏘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자메즈는 상상히 강한 상대에요. 래퍼들에게도 무서운 래퍼이자, 디스배틀 상대로 가장 어려웠던 사람이었죠. 그 사람을 넘으면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결과가 만족스러웠어요. 그 구절을 생각한 것도, 자메즈를 상대로 고르고 난 뒤 ‘어떻게 하면 이 친구로부터 이기는 싸움이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연구를 했죠. 그러다 보니 그와 붙었던 이들 모두 우승을 했다는 재미있는 요소를 발견한 거죠.”

그리고 나서 방송에 나가지 않았던 ‘디스배틀’의 비화를 고백했다.

“그리고 끝났으니 말씀드리는 건데 원래 가사는 ‘너랑 붙은 래퍼들은 우승자가 됐지’였어요.(웃음) 그런데 저도 긴장이라는 것을 해서 ‘꿈나무’가 된 거예요. 저는 스스로를 꿈나무로 만들었고 바비와 베이식도 꿈나무로 만들어버렸는데(웃음) 다행인 것은 앞에 양홍원(영비)이라는 구절로 인해서 말이 어떻게 좀 되는 것이었거든요. ‘너가 꿈나무라고 했던 양홍원이 지금은 너를 이겼다’는 구절을 먼저 썼기 망정이지. 아, 그때 정말 당황했어요.”

비록 시작은 충동적이었지만 그 끝은 우승이었다. 잘 될 사람은 뭘 해도 잘 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실수마저 그의 우승을 도와줬으니 말이다. 문득 행주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미 ‘쇼미더머니6’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그가 우승할 운명은 아니었을까, 아주 잠깐 생각하다가 말았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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