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광통신 전문 '크루셜텍' 설립...적자속 R&D 강화, 지문인식 모듈 성공 신화

[서경이 만난 사람]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매출 3,000억대 중견기업 우뚝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크루셜텍 사옥 1층 로비에 들어서면 긴 현수막이 눈에 띈다. 세로로 쓰인 글귀에는 이 회사를 창업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은 험난하지만 그 길을 통과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부산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안 회장은 지난 1990년 삼성전자 중앙연구소 연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삼성전자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전문경영인이 목표였다. 삼성전자에서 7년을 근무하는 동안 30여개의 특허를 출원해 ‘사내 특허왕’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삼성전자에서 광통신 신사업을 담당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고 이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2인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수정해 ‘삼성전자와 같은 좋은 회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안 회장은 2001년 자신의 전문 분야인 광통신 사업을 하는 벤처기업 크루셜텍을 설립했다. 창업 초기 광통신모듈로 1,400억원의 수주액을 올릴 때만 해도 그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1,400억원의 수주액은 1년 만에 0원으로 추락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모바일 시장이다. 안 회장은 스마트폰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초소형 모바일 광마우스 OTP(Optical TrackPad)’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어 200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이 제품을 들고 무작정 블랙베리의 제조사인 RIM 부스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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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는 키패드가 있는 스마트폰으로 당시 글로벌 모바일 시장을 점령하고 있었다. 자사의 제품 기술력을 확신했던 안 회장은 블랙베리의 최고기술경영자(CTO) 면담을 요구했고 RIM은 이후 2009년 블랙베리의 입력장치를 ‘트랙볼’에서 크루셜텍의 ‘OTP’로 바꿨다. 매출액은 3,000억원대로 껑충 뛰었고 크루셜텍의 신화가 벤처 업계는 물론 IT 업계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OTP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블랙베리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안 회장은 두 번째 위기를 맞는다. 100억원을 넘던 영업이익은 2012년 적자로 돌아선 후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안 회장은 위기 속에서 오히려 연구개발(R&D)을 과감히 늘렸다.

결국 절치부심 끝에 세계 최초로 개발해 내놓은 모바일 지문인식 모듈인 BTP가 성공하면서 2014년 734억원까지 줄던 매출액은 지난해 3,200억원으로 급반전했다. 현재 크루셜텍의 BTP는 삼성전자·애플을 제외한 대부분 스마트폰 업체들이 핵심 기술로 사용하고 있다. 크루셜텍은 오는 2020년까지 4조원이 넘는 BTP 시장에서 30% 이상을 점유하는 게 목표다.

안 회장은 크루셜텍을 매출액 3,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사내에 벤처 스타트업을 4개 설립하는 등 벤처 기업가정신이 남다르다. 벤처기업협회장을 맡은 것도 지난 20년간 벤처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꼈던 애로사항을 해결해 후배 기업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안 회장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더 이상 벤처 사업가가 아니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며 “벤처 업계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 등을 통해 벤처 기업인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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