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다중트랩 '단호한 한국' 보일때다]美 농산물 요구땐 상응안 제시...등가협상 앞세워야

한미FTA 압박 대응책은

"파기땐 美가 손해" 자신감 갖고

협상단에 파격적 권한도 이양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다음 주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북핵 위기와 미국 재계의 반발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계획을 잠시 접었지만 미국 정부는 언제든지 재협상이나 폐기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슈퍼파워를 앞세운 미국의 압력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등가협상’을 전면에 내세우고 우리도 상황에 따라서는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다”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미국이 원하는 안을 분석해 그에 상응하는 부분(등가)을 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면 이에 따른 교역증진이나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따져 우리도 이 정도 규모의 요구안을 미국 측에 전달하는 식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 8월 ‘서울 FTA 공동위’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국내 시장 추가 개방으로 미국이 얻는 실익만큼 다른 분야에서 우리가 요구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금처럼 전체 한미 FTA의 이익을 따져보자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한미FTA 폐기시 미국 농업계 손실은 7억7,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농산물을 원한다고 하면 이를 경제학적으로 계산해 우리 측에서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역제안해야 한다”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에 양국의 이익을 살펴보자고 하는 것은 의미 없는 말로 한미 FTA는 결국 등가관계로 간다는 점을 미국에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한미 FTA 재협상은 예상보다 전선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가 추가 요구안을 미국 측에 제시하면 미국은 우리의 아킬레스건인 서비스업 시장 개방 수위를 높일 것을 또다시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 차원에서 우리의 약점을 계속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도 그에 맞춰 정교한 수치와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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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한미 FTA 폐기 공포증’을 떨칠 필요가 있다는 말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종료 시 공산품에서는 양쪽 모두 수출이 줄어들지만 미국 측 감소 폭이 더 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연간 약 2억6,000만달러 증가한다. 특히 올해 우리나라는 무역 1조달러 재진입이 유력하다. 세계 무역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낮지 않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라는 게 경제 외에 정치적인 의미가 강하다”면서도 “미국이라도 일방적으로 FTA 협상을 깨뜨리면 잃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협상단에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는 얘기도 많다. 전직 통상교섭본부 고위관계자는 “협상단 대표가 한미 FTA를 파기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이 있어야 미국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당당한 협상을 위해서는 파격적인 권한 이양을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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