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디지털 단식



리바이 펠릭스라는 사업가는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국립공원 레드우드에서 ‘캠프 그라운디드(Camp Grounded)’라는 이색 체험행사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모든 전자기기 소지가 금지된다. 대신 뗏목 체험이나 산책·독서 등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디지털 홍수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디지털 단식( Digital Detox) 운동이다.

디지털 단식의 필요성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전 세계를 디지털 정보의 바다에 빠져들게 한 장본인들이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2012년 5월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에서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역시 올 초 영국 일간지인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자녀들이 열네 살이 될 때까지 휴대폰을 사주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디지털 단식이 퍼지는 것은 스마트기기 보급 확산으로 거북목증후군 등 신체적 질환은 물론 불면증 등 다양한 정신적 문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당제생병원 가정의학과팀이 고등학교 재학생 1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스마트폰 고위험 사용 학생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잠드는 데 30분이나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간한 ‘2016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10~19세 청소년의 30.6%가 스마트폰으로 인한 금단, 내성, 일상생활 장애 등을 겪는 중독 위험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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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의 디지털 스트레스는 새로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직장인이 퇴근 후에는 전화나 e메일·메신저 등으로 업무지시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독일은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안티스트레스 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달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발의한 상태다. 카톡 금지법으로 직장인들이 한밤 ‘까톡’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두환 논설위원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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